내수와 수출 중 어느 것도 성한 게 없지만, 수출 부진의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5월 수출은 지난해 대비 9.4% 감소해 6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 2월을 저점으로 감소 폭이 줄어들던 추세도 반전됐다.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하루 더 많았으나 감소 폭이 두 자릿수에 근접했고, 하루평균 수출금액은 3개월 연속 감소하며 20억 달러를 밑돌았다. 반도체 수출은 30.5%나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의 파장이 고스란히 통계로 드러났다.
우선, 지역적으로 중국 수출의 급락이 심상치 않다. 중국으로 수출은 110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5월에 견줘 20.1%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38.7%, 석유제품은 22.8%나 감소했다. 지난해 중국은 한국 수출의 27%를 차지한 최대 수출대상국이다. 이 중 79%가 미국 등으로의 중국 수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부품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은 앞으로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의 대중 수출도 함께 줄어들 것임을 뜻한다.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의 추락이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미·중 무역전이 정보통신기술(ICT) 주도권을 둘러싼 기술전쟁으로 치달으면서 한국 반도체도 유탄을 맞을 공산이 높아졌다. 미국이나 중국, 아니면 미·중 양측으로부터 ‘황금알을 낳는 한국산 반도체라는 거위’를 손 봐야 한다는 인식이 나올 수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는 지엽적인 문제라고 본다. 미·중, 일본까지 가세한 차세대 기술패권 싸움에서 한국 반도체를 겨냥한 일방적인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5월 수출통계를 놓고 불길한 전조라는 얘기가 나온다. 수출 침체가 하반기에도 지속되는 등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다. 수출의 반등 없이는 경기 호전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4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역수지 흑자 폭도 작년의 절반 이하로 급감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경제환경 변화를 불가항력이라고 할 게 아니다. 정부는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적극적인 예방 외교활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
[사설] 반도체마저 추락… 예상보다 심각한 ‘수출 부진’
입력 2019-06-0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