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부적응 문제, 성경에서 답 찾아”

입력 2019-06-05 00:03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협동조합 사무실에서 탈북민에게 ‘기독교적 정체성’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통일부가 2015년 발표한 탈북민 자살률은 한국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적응에 실패해 탈남(脫南)한 사람만 50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으로 3만2476명의 탈북민이 한국에 있지만 앞선 통계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 용산구 청파로47길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지난달 28일 만난 박예영(42·여)전도사는 탈북민의 정착을 위해 ‘바른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북민 사업가 지원 활동을 하는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 또한 2002년 7월 한국에 온 탈북민이다. 함경북도 김책시가 고향인 그는 2001년 탈북해 중국에 머물다 한국행에 성공했다.

그가 말하는 바른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그는 공부를 선택했다. 최근 박 이사장은 미국 워싱턴DC 웨슬리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탈북 난민의 기독교적 정체성 형성을 위한 성경공부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 그는 ‘기독교적 정체성’이 탈북민들에게 심겨야만 한국생활에 안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결국 바른 정체성은 복음인 셈이다.

박 이사장이 탈북민의 정체성 문제에 집중한 건 자신도 동일한 경험을 해서다. “북한 주민이 탈북한 뒤 한국까지 왔다는 사실 안엔 고통과 고난, 자유를 향한 열망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면서 “그토록 열망해 한국을 찾아 왔는데 기다리는 건 차별과 가난뿐이니 모두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더욱이 북에서 가진 정체성이라곤 주체사상뿐인데 이상향으로 꿈꿨던 한국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며 비로소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한다”면서 “하지만 답을 찾지 못하고 절망과 혼란 속에 목숨을 끊거나 또다른 탈출을 시도하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만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궁극적인 관심은 탈북민들이 통일의 씨앗이 되는 데 있다. 이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바로 서야 통일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3만명 조금 넘는 탈북민과 어울려 살지 못하는데 어떻게 통일을 꿈꾸나요. 통일을 향한 긴 여정 중 가장 중요한 게 탈북민들과 살아가는 걸 연습하는 겁니다. 화합이 통일의 전초전인 것이죠.”

한국인과 탈북민의 네트워크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탈북민의 삶으로 더 깊이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탈북민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아픔을 감싸안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복음도 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복음적 삶을 살며 혼란스러운 탈북민들에게 하나님의 형상을 정체성으로 심는 게 목적입니다. 성경은 늘 우리에게 바른 해답을 주잖아요. 그 답을 탈북민들에게 전하고 나누길 바랍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