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소속 의원들의 연이은 설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황교안 대표까지 나서서 소속 의원의 막말 논란에 사과하고 입조심을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한선교(사진) 사무총장이 기자들을 향해 “걸레질을 한다”는 막말을 내뱉으면서 황 대표의 당부가 무색하게 됐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설화로 제1야당으로서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제대로 된 견제는커녕 국민 눈살만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황 대표는 3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소위 거친 말 논란에 시달리는 것과 관련해 안타까움과 우려가 있다. 심사일언(深思一言·신중히 생각해 말한다는 뜻)이란 말이 있듯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 최근 잇따른 막말 논란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다.
하지만 황 대표가 당부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한 총장이 현안 질문을 하기 위해 회의실 앞 바닥에 앉아 있던 기자들에게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말하며 지나갔다. 지도부가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기자들이 길을 터주기 위해 앉은 채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 한 총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기자들의 취재 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사무처 당직자에게 ‘X 같은 놈’이라며 막말을 해 구설에 휩싸였다.
‘달창’(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속어) 발언으로 논란이 된 나경원 원내대표, ‘김정은이 문 대통령보다 낫다’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정용기 정책위의장,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골든타임은 기껏 3분’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민경욱 대변인에 이어 한 총장까지 핵심 당직자들의 실언이 잇따르고 있어 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가만히 있으면 정권 지지율이 내려가는 국면에서 왜들 그렇게 입단속을 못 하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당 안팎에서는 막말 인사들의 ‘감수성 부족’도 문제지만 한국당이 그동안 잇따른 막말 논란에 대해 줄곧 여당이나 언론 탓으로만 일관하며 제대로 된 징계 없이 넘어간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당은 올해 들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한 차명진 전 의원 등에 대해 경고, 당원권 정지 3개월 등 솜방망이 처분만 내렸다. 나 원내대표는 “악의적 의도가 없는 발언도 (여권이) 틈만 나면 물고 늘어져 ‘막말 정당’ 프레임으로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한국당 입장에선 끊임없이 외부의 적을 공격해야 내부 결속이 되니까 당 밖을 향한 막말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30%대 지지율을 회복하는 등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고무된 것이 실언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선 심우삼 김용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