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여권 잠룡’들과 회동… 양정철, 야 비판에도 광폭 행보

입력 2019-06-04 04:02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이 3일 중구 서울시청을 찾아온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를 연이어 만났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의 비공개 회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뒤 1주일 만에 가진 공개 행사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잇따르자 양 원장은 “선거와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 원장은 3일 서울시청, 경기도청을 각각 찾아 서울연구원, 경기연구원과 정책 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와 지방정부의 싱크탱크가 정책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원장은 박 시장을 만나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고, 정책의 보고이자 아이디어 은행”이라며 “좋은 협약을 통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정책적 성과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수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하다”며 “서울시의 많은 혁신 정책들이 문재인정부 들어 전국화하고 있는데 (양 기관이) 좀 더 긴밀하게 협력해 정책 성과로 나오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경기도청에서 양 원장을 맞은 이 지사는 “내년 선거도 그렇고 정책이 정말 중요한데, 경기도가 하는 정책들을 전국적으로 할 수 있으면 저희도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은 당의 정책 수립이나 입법 활동을 위해 지역 현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전국 광역단체 소속 싱크탱크와 차례로 협약을 맺고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총선 공약의 큰 틀을 짤 것으로 전망된다. 양 원장은 조만간 김경수 경남지사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양 원장은 “우리 당 소속이 아닌 단체장 관할의 싱크탱크에도 협약 제안을 했다.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국리민복에 보탬이 될 만한 좋은 정책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지, 선거로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고 했다.

다만 서 원장과의 회동으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논란을 유발한 만큼 양 원장이 당분간 ‘광폭 행보’를 자제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양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왕의 남자’로 일컬어지는 만큼 공개적으로 정치권 인사를 만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과 측근 실세의 부적절한 처신을 묵인한 문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와 서 원장 파면 등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청와대에 감찰요구서를 전달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