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요구로 합의 뒤집혀… 한국 지휘부와 멀어져 작전 차질 우려

입력 2019-06-03 19:02 수정 2019-06-03 21:04
정경두(오른쪽)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섀너핸 대행은 “한·미동맹은 완전하고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라는 최종 상태보다 못 미치는 상태에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섀너핸 대행 왼쪽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뉴시스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를 서울 용산기지에서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는 방안은 당초 한국 군 내부에서 논의했던 이른바 ‘A안’은 아니었다. 미국 측 요구에 따라 ‘국방부 영내 이전’이라는 잠정 합의가 뒤집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합참 등 한국군 지휘부와 한미연합사 간 거리가 멀어져 즉각적인 작전수행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작전 효율성뿐 아니라 연합사 임무수행 여건, 이전 시기, 비용 등을 감안해 평택 이전 방안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영내 이전안의 경우 미군 참모들과 가족의 숙소 및 편의시설을 별도로 마련하고 지휘 통제·통신(C4I) 체계를 신설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또 부대시설을 이미 갖춘 평택으로 옮기는 방안이 이전 시기도 더 앞당길 수 있다.

문제는 북한 도발이나 전시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국방부 영내 이전안이 추진됐던 것도 한·미 군 당국 간 효율적인 작전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2017년 10월 제49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국방부 영내 이전안에 구두 합의했다. 그해 말 한·미 양측은 연합사 본부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군 소식통은 “올해 초 미국 측은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캠프 험프리스에는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8군사령부, 미 2사단 등이 이미 이전해 있다. 미국 입장에서 연합사를 평택으로 옮기면 주한미군 간 의사소통을 더 강화할 수 있고, 보안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한·미 군 당국 결정이 뒤집어진 것을 놓고 보수진영 일각에선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미가 맺었던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라며 “평택 이전안은 협의를 충분히 거친 한·미동맹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대비태세 저해 우려에 대해선 “지금도 한·미는 C4I 체계로 일일 상황보고를 공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미 국방장관이 별도의 한국군 대장을 미래연합군사령관으로 임명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군 현역 서열 1위인 합참의장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행사할 미래연합군사령관의 격 문제뿐 아니라 작전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합참의장이나 지상작전군사령관이 미래연합군사령관을 겸직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미국 측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국방장관은 매년 8월쯤 실시하던 프리덤가디언 연습과 같은 방식의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을 공식 종료하는 데 합의했다. 대신 오는 8월 말 새로운 방식의 연합연습을 통해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한국군 대장 주도의 작전수행 능력을 평가할 계획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