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발은 거셌다. 현대중공업이 현장 실사를 위해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진입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무산됐다. 물적분할 후 첫 관문에서부터 막힌 셈이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회계법인 측 20여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은 이날 오전 9시20분쯤 옥포조선소에 도착해 정문을 봉쇄하고 있는 노조 측에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는 “매각 철회 조건이 없다면 실사단과 접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실사단은 도착 40여분 만에 1차로 철수했다.
오후 12시45분쯤 실사단은 다시 옥포조선소를 찾았으나 노조와 시민단체의 저지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날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대우조선 매각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등 400여명은 조선소 정문 등에 분산 배치돼 실사단의 진입을 막았다. 일부는 실사단 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연결하고 실사단과 대치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실사단이 현장을 진입할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사단은 대우조선 핵심 생산시설인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통해 조선, 해양, 특수선 야드의 각종 설비 등 유형자산 현황과 공정률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인수·합병 절차 진행을 위한 현장 실사 기한은 오는 14일까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를 설득해 실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인수·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문서상으로 확인이 어려운 부분들을 실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31일 물적분할을 결정한 임시주주총회를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이날 8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측 추산 2000여명의 조합원이 울산 본사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열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선 4일에도 7시간 파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노조가 본관에 진입할 경우에 대비해 회사 측이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함에 따라 본관 앞엔 기동대 13개 중대 800여명이 배치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와 임시 주총 무효 소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원천무효’로 규정하고 주총 결의 취소소송을 비롯한 전방위 투쟁을 선언했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노조의 협조를 요청했다. 한 사장 등은 “우리 일터에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동안의 과정에서 생긴 감정에 사로잡혀 갈등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할 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약속하고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에 따라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KOSE)이 이날 출범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오전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임세정 기자, 울산=조원일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