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최룡해 등도 처형설 후 멀쩡히 나타나… 잇단 오보 왜?

입력 2019-06-04 04:03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숙청설과 유사한 ‘대북 소식통’발 오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에서 여러 차례 반복됐다. 가장 빈번했던 시기는 2013년 12월 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직후였다. 북한 고위급들이 처형되고, 총살되고, 강제노역에 처해졌다는 국내외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멀쩡한 모습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총살설이 대표적이다. 현 단장은 2013년 8월 음란물 제작에 연루돼 기관총으로 총살됐다는 국내 보도가 있었지만, 이듬해 5월 북한 전국예술인대회에 등장했다. 현 단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남해 북한 예술단 공연을 진두지휘했다.

‘북한의 2인자’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한때 처형설에 휘말렸다.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됐던 최 상임위원장은 2014년 5월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국내 한 매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그의 처형설을 보도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은 일본발 초대형 오보의 대상이 됐다. 마이니치신문은 2014년 12월 장성택 사망 직후 리 부위원장이 ‘장성택 라인’으로 지목돼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죽었다던 리 부위원장은 현재도 북한 대미 외교의 핵심 인사로 맹활약 중이다.

김 위원장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는 2015년 2월 일본 공영방송 NHK의 오보로 ‘죽었다 살아난’ 인물이다. 정치적 살해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국정원은 같은 달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전 비서가 살아있다”고 밝혔다.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의 강제노역설이 퍼져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조사에 나서는 해프닝도 있었다. 영국 일간 더선은 2010년 8월 김정훈 당시 북한 대표팀 감독이 같은 해 6월 남아공월드컵 졸전으로 노동당 관계자 400명 앞에서 선수들의 비판을 받은 뒤 매일 14시간씩 강제노역 중이라고 보도했다. 강제노역설은 허위로 밝혀졌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특성상 북한은 신뢰할 만한 제보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곳으로 기사에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한국발 북한 기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만큼 신중하게 보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