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총선 개입’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8명 기소

입력 2019-06-03 19:10
강신명,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지낸 전직 경찰 수장들과 전 청와대 관계자들이 선거·정치에 불법개입한 혐의로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경찰청 정보국이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하명을 받아 움직이는 등 조직적으로 위법적인 정보수집활동이 이뤄진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3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 4명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 김모 전 경찰청 정보국장, 박모 전 정보심의관 등 3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총선에서 여당·친박 후보를 도울 목적으로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맞춤형 선거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세운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전 청장, 이 전 청장, 김 전 국장 등 3명은 2012~2016년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있으면서 정부·여당 반대세력을 ‘좌파’로 규정해 견제·압박하는 방안을 만든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2016년 당시 현 전 정무수석이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청 정보국에 정보활동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국에 하달된 지시는 전국 지방경찰청을 거쳐 일선 정보경찰까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현장에서 생산된 정책정보는 치안비서관실을 거쳐 다시 정무수석에게 보고됐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요구에 따른 정보활동 실적이 개인·기관평가 점수로 반영돼 일선 경찰은 상부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정보경찰은 여당·친박 후보 당선을 위한 정보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파악한 민심 동향을 바탕으로 야당의 ‘더불어성장’ ‘공정성장’ 등 공약에 대한 대응 여론전도 언급했다.

세월호 침몰 직후인 2014년 5월에는 KBS·MBC의 세월호 관련 보도 축소, 우파성향 임원 임명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에는 YTN의 좌편향 기조가 강해진다며 보수 성향의 사장임명 등도 주문했다.

이번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진행되면서 경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같은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청와대의 직권남용 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보경찰은 직권남용의 피해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경찰이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강 전 청장을 빼고 이병기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만 기소의견으로 지난달 23일 검찰에 송치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9일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경찰에 돌려보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