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과 공공기관 임원이 될 승진 예정자들이 ‘성평등 교육’을 받던 중에 수업을 거부하고 잡담과 자리이탈을 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성학 연구자인 권수현 박사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충남 아산 경찰대에서 진행된 치안정책과정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 만들기’에 대해 강연한 권 박사가 조별 토론을 제안하자 교육생들은 “귀찮게 이런 것 왜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15명 정도는 “커피나 마셔볼까”라며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당시 교육에는 총경 승진 예정자 51명과 일반 부처 4급(서기관) 간부, 공공기관 임직원 14명 등 총 71명이 참여했다.
현재 10% 정도에 불과한 여경의 비율을 지적하자 교육을 듣던 한 공단의 관리자는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인데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또 다른 교육생은 “여자가 일을 잘하면 남녀 가려 뽑을 일이 있겠느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
권 박사가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는 근거가 무엇이냐”, “통계 출처를 대라”는 식의 공격적인 질문도 이어졌다.
권 박사는 글에서 “강사는 물론 성 평등이란 주제 자체를 조롱하는 것으로 느껴졌다”며 “이런 사람들이 기관장이나 경찰서장으로 앉아 있는 조직에선 성평등 행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어떤 부문보다 근무조건이 개선돼야 하는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오는 25일 경찰 지휘부가 참석하는 교육에서 이번 일에 대한 시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권 박사의 글이 확산되자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하고 성평등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조직문화 개혁을 위한 경찰의 공식적인 행보가 조직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3일 “당시 교육 분위기가 강연자가 문제 제기한 내용과 크게 어긋나진 않는 듯하다”며 “교육생들의 자세에 부주의한 측면이 있어서 주의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