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자유한국당에 5당 대표 회동과 일대일 회담 동시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 후 곧바로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회담하겠다는 것이지만 한국당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제1야당의 높은 ‘콧대’를 실감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다음 주 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을 떠나면 5당 대표 회동도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이번 주에 성사시키기 위해 한국당에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 새로운 제안이 5당 대표 회동과 일대일 회담의 동시개최다. 하지만 한국당이 일대일 회담 우선개최 의사를 꺾지 않으면서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5당 대표 회동에 앞서 일대일 회담을 갖게 되면 다른 당대표들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면서 더 이상 양보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황 대표와 직접 통화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식 채널을 통해 황 대표의 직통 전화번호를 요청했지만 이 역시 한국당이 답을 주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황 대표 전화번호를 수소문하면 알 수야 있겠지만 공식 계통을 밟는 게 순리여서 번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6월이 시작되었는데 아직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아 국민들 걱정이 크다”며 “올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단 3일 열렸을 뿐이고, 4월 이후 민생 법안이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적 여건과 투자·수출 부진, 기업·가계 경제 심리 위축 같은 내부 상황을 언급하며 “정부 추경안이 제출된 지도 벌써 40일째가 된 만큼 국회에서도 답답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 각 정당에서도 경제를 걱정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며 “그럴수록 빨리 국회를 열어 활발하게 대책을 논의해 주시고, 특히 추경안을 신속하게 심사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건을 두고 “기본과 상식을 지켜 달라”고 말하는 등 한국당을 직접 비판하는 상황에서 회동을 해도 한국당이 얻을 명분과 실익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청객인 청와대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청와대가 나설수록 국회의 문은 더더욱 열리지 않는다”고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황 대표도 몇 차례 “청와대가 한국당을 들러리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준구 심우삼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