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뉴브강 사고 법적조치도 소홀함 없어야

입력 2019-06-04 04:02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탑승 유람선을 침몰시킨 대형 크루즈선이 사고를 낸 직후 구조활동을 하지 않고 뺑소니를 친 정황이 드러났다. 헝가리 여객선협회가 공개한 침몰 사고 당시의 CCTV 영상을 보면 크루즈선이 유람선을 추돌한 후 후진한다. 이어 사고 현장에서 20초쯤 머물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사라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헝가리 검찰에 구속된 크루즈선 선장은 사고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또 보석금 1500만 포린트(약 6150만원)만 내면 석방되는 조건이라고 한다.

외교부가 헝가리 당국에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실종자 수색 작업이 가장 급한 만큼 여기에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되 법적 조치 등과 관련해서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귀국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헝가리 당국에 협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 협조 요청은 당연하지만 요청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속적이고 세심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는 말만 무성할 뿐 사고가 난 지 닷새가 지났는데도 구조 소식은 없어 실종자 가족들이 애태우고 있다. 법적 조치와 배상 문제 등 다른 사후 조치마저 소홀할 경우 이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외교부는 사고를 낸 크루즈선에 대한 가압류를 헝가리 당국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한다. 헝가리 당국은 사고를 낸 크루즈선에서 필요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출항을 허용해 이 선박은 현재 오스트리아를 거쳐 목적지인 독일로 향하고 있다. 스위스 국적인 이 선박에 대한 가압류를 서둘러야 한다.

이 선박은 운항 규정을 지키지 않고 추월 운항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낸 정황도 있다. 현지 선박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다뉴브강 주변 선박들은 사고를 낸 크루즈선으로부터 어떤 교신도 듣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의 슬픔이 분노로 바뀌지 않도록 외교부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한국 외교의 총체적 난맥을 비롯해 한·미정상 통화기록 누출 사건, 외교관 갑질 등으로 외교부의 역량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