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용광로)의 정비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나온다는 이유로 현대제철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3일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충남도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에 대해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도 각각 고로 1기에 대해 경북도와 전남도로부터 조업정지 10일의 사전 통지를 받고 의견서 제출이나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포스코의 9기를 포함해 고로 12기를 운영하고 있다. 고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점검·정비·보수를 해야 한다. 정비작업을 하려면 쇳물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수증기를 주입해야 하는데, 이때 압력이 급상승해 고로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밸브(브리더)를 개방한다. 안전밸브를 1시간쯤 개방하는 동안 일산화탄소와 분진 등이 약 5분간 배출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주입된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것으로 철강업계는 추정한다. 철강업체는 고로 1기당 2개월마다 정비작업을 실시한다.
이런 방식은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의 모든 제철소에서 채택하고 있다. 독일은 고로의 안전밸브 개방을 일반적인 정비 절차로 보고 규제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는 고로의 안전밸브 개방을 통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주변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이 미미하고, 현재까지 대체기술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로 상부에 가스 포집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안전성 문제 때문에 국내외 철강회사에서 설치한 전례가 없다. 세계철강협회는 회원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 업체와 동일한 절차로 정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오염 문제로 전 국민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특정 업계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고로의 안전밸브 개방 방식이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데도 한국에서만 과도하게 규제하면 철강업계가 설 땅이 없다. 고로 조업을 10일간 정지하면 재가동하는 데 3~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철강업계가 문을 닫으면 조선,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피해가 말할 수 없이 커진다. 철강업계, 환경 당국, 지자체가 허심탄회한 협의를 거쳐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사설] 철강업계·환경부·지자체, 고로 조업정지 대안 찾아야
입력 2019-06-0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