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한 이후 많은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전반으로 낮추고 있다. 정부가 바라는 2%대 중반의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올해 성장률이 2%대 중반이 된다고 하더라도 고용시장에 나온 청년이나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업주의 체감경기가 크게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나 기업의 경제심리는 0.1~0.2% 포인트의 성장률 차이보다는 앞으로의 경기 흐름과 관련된 불확실성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 향후 경제 여건을 짚어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수시장이 협소한 개방경제라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1970년대 이후 10번에 이르는 경기순환기에서 국면 전환을 선도한 요인은 거의 예외 없이 수출이었다. 우리 경제가 상당 기간 수출주도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면 앞으로의 경기 흐름도 수출 여건을 결정하는 글로벌 경제의 전개 방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향후 대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첫째,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의 3.6%보다 낮은 3.3%로 전망했는데, 이는 작년 10월 전망치인 3.7%보다 0.4% 포인트 낮추어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3.6%로 하향 조정됐다는 점에서 내년 이후의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을 듯하다. 여기에다 우리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양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더 비관적이다. IMF의 분석대로라면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6.3%, 내년 6.1%로 내려앉고 미국은 지난해 2.9%에서 올해 2.3%, 내년에는 1.9%로 경제활력이 빠르게 떨어질 전망이다.
둘째, 세계 교역 증가세도 낮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연평균 8%에 가깝던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상품 교역의 경제성장률 대비 탄성치는 2000년대만 하더라도 1.4 내외였으나 최근에는 그 절반인 0.7 내외로 크게 떨어졌다. 앞으로도 교역탄성치는 신흥국의 임금 상승과 기술력 향상 등으로 글로벌 분업 유인이 과거보다 약화되는 데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음에 따라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교역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셋째, 미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봉합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던 미·중 무역 갈등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보호무역주의 심화, 브렉시트 혼선, 남미와 중동지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나타내는 지수들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IMF가 금번 보고서에서 교역 조건이 악화되거나 무역 분쟁으로 인해 관세율이 전반적으로 인상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로 지목한 나라는 한국이었다.
문제는 교역 둔화세나 보호무역주의 등이 당분간 세계 경제의 기조적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대외 여건은 앞으로 우리 경제에 계속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대외 여건은 우리가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깥 상황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면 내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대응해나갈 수밖에 없다.
단기 경기부양정책만으로는 미래 불확실성을 완화시키고 경제심리를 호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중장기적 시계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푸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서비스업을 발전시키고 내수 여건을 확충함으로써 대외 여건에 덜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흔들림 없는 정책이 점차 경제주체들의 마음을 얻게 되면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경제심리는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