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시찰에서 부실한 교육시설 관리 상태를 보고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격노했다. 김 위원장은 군수공장 시설도 잇따라 방문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자강도 강계시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궁전’을 시찰하면서 “일꾼들의 일본새(일하는 태도)가 정말 틀려먹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5월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참관 이후 23일 만에 보도된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다.
김 위원장은 체육관 샤워장에 물이 나오지 않고 수도꼭지가 떨어져나간 점과 악기 훈련실에 개인별 연습실을 설치하지 않은 점 등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그러면서 “큰 마음 먹고 많은 품을 들여 (학생소년궁전을) 건설했는데, 정상적으로 관리·운영하지 않아 몇 해 안에 벌써 못 쓰게 됐다”면서 “크게 기대하고 왔는데 설계와 시공, 관리·운영이 모두 잘 되지 않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고 대단히 실망하게 된다”고 질타했다. 학생소년궁전은 평양과 지방 주요 도시 학생들이 과학·예체능 중심의 방과후 교육을 받는 영재교육기관이다. 강계시 학생소년궁전은 2016년 리모델링을 했다.
김 위원장은 자강도와 평안남도의 군수공장 5곳도 방문했다. 군수공장 시찰에서는 강한 애정을 드러내며 근로자들을 독려했다. 미사일 도발 이후 군수공장을 찾은 것이 저강도 대미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자강도 강계트랙터종합공장은 포탄과 탄두를 생산하는 대표적 군수공장으로 2016년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에 포함된 곳이다. 탄약류를 만드는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총기와 소형 로켓포 등을 생산하는 2·8기계종합공장도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남기계종합공장도 현지지도했다고 2일 보도했다. 자강도 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은 각종 엔진을 만드는 ‘1·8기계공장’으로 추정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 현지지도 때는 군수공장이 거의 없었다”며 “여차하면 군수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측면과 군수부문을 경제발전 분야로 전환하겠다는 측면을 다중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군수산업의 민수화 가능성을 점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측은 이번 협의에서 북한과 협상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