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들 일본새 틀려먹어” 23일 만에 공개시찰 김정은 ‘격노’

입력 2019-06-02 19:08 수정 2019-06-02 19:1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강계시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궁전’을 시찰하며 격노하는 모습.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23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시찰에서 부실한 교육시설 관리 상태를 보고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격노했다. 김 위원장은 군수공장 시설도 잇따라 방문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자강도 강계시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궁전’을 시찰하면서 “일꾼들의 일본새(일하는 태도)가 정말 틀려먹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5월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참관 이후 23일 만에 보도된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다.

김 위원장은 체육관 샤워장에 물이 나오지 않고 수도꼭지가 떨어져나간 점과 악기 훈련실에 개인별 연습실을 설치하지 않은 점 등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그러면서 “큰 마음 먹고 많은 품을 들여 (학생소년궁전을) 건설했는데, 정상적으로 관리·운영하지 않아 몇 해 안에 벌써 못 쓰게 됐다”면서 “크게 기대하고 왔는데 설계와 시공, 관리·운영이 모두 잘 되지 않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고 대단히 실망하게 된다”고 질타했다. 학생소년궁전은 평양과 지방 주요 도시 학생들이 과학·예체능 중심의 방과후 교육을 받는 영재교육기관이다. 강계시 학생소년궁전은 2016년 리모델링을 했다.

김 위원장은 자강도와 평안남도의 군수공장 5곳도 방문했다. 군수공장 시찰에서는 강한 애정을 드러내며 근로자들을 독려했다. 미사일 도발 이후 군수공장을 찾은 것이 저강도 대미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자강도 강계트랙터종합공장은 포탄과 탄두를 생산하는 대표적 군수공장으로 2016년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에 포함된 곳이다. 탄약류를 만드는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총기와 소형 로켓포 등을 생산하는 2·8기계종합공장도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남기계종합공장도 현지지도했다고 2일 보도했다. 자강도 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은 각종 엔진을 만드는 ‘1·8기계공장’으로 추정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 현지지도 때는 군수공장이 거의 없었다”며 “여차하면 군수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측면과 군수부문을 경제발전 분야로 전환하겠다는 측면을 다중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군수산업의 민수화 가능성을 점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측은 이번 협의에서 북한과 협상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