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계 진출을 결심한 뒤 가장 먼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았다. 35년 공직생활로 몸에 박힌 ‘공무원 인’을 없애버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제 검사, 장관, 국무총리가 아닌 한 사람의 정치인이어야 한다”고 다짐한 그는 공무원 시절 너무 빤질빤질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던 머리를 잘라내고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황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오는 5일 출간되는 책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사진)에 실린 정계 입문 뒷얘기다. 100여쪽 분량의 책에는 4·3 보궐선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민생투쟁 대장정 등 취임 후 주요 행보와 황 대표의 소회가 담겼다. 그는 서문에서 “18일 동안 4080㎞, 전국의 민생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살려 달라’고 절규했다”며 “민생이 이토록 어려운데 문재인 정권의 초점은 북한 김정은과 패스트트랙에만 있다”고 비판했다.
출간 작업에 참여한 한국당 관계자는 2일 “꼰대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애썼다”고 강조했다. 책 표지는 황 대표의 일러스트로 꾸며졌다. 달이 뜬 밤, 길 떠날 채비를 마치고 운동화 끈을 매는 모습이다. 만 30세인 유성호 작가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책을 기획한 강지연 한국당 콘텐츠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우리 당에서 나올 수 없는 책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당의 디자인 혁신을 바라는 젊은 당원들의 바람을 반영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한국당의 변화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의 테마 색상으로 분홍색을 사용해 한국당 특유의 빨간색 물을 뺐다. 당 관계자는 “한국당 하면 떠오르는 짙은 빨간색이 낡고 강경한 이미지를 준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그 색을 중화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분홍색을 썼다”고 설명했다.
책 중간중간에 당직자와 보좌진, 당원 등의 촌평을 넣어 그들이 바라본 ‘인간 황교안’의 면면도 그려냈다. 모 의원실 비서는 “대표가 최근 한국당 보좌진과 자주 점심식사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 그렇게 ‘유머 무리수’를 던지신다”며 “보좌진이 잘 안 웃으면 ‘제 유머가 그렇게 어렵나요’라며 실망하시는데 그 모습이 웃음을 준다. 당이 활기차졌다”고 했다.
“황 대표가 꽉 막힌 사람처럼 보일까봐 그 점이 아쉽다. 좀 더 유들유들한 모습을 보여도 좋을 것 같다.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아야 하는 전환점에 타이밍을 놓치실까봐 걱정”이라고 한 당직자의 발언도 담겼다. 책은 8일부터 전국 서점에서 판매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