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의 실종자 수색 작업에 강 하류 지역 국가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국과 헝가리 당국은 실종자들이 강물을 따라 수백㎞ 하류로 내려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 범위를 넓힌 동시에 주변국들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양국 수색팀은 그중에서도 세르비아·루마니아 국경인 ‘철문(Iron Gate)’댐 인근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사고 현장으로부터 520㎞가량 떨어진 이곳에 주루마니아 대사관 직원을 파견하기로 했다.
부다페스트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하고 돌아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강 하류로 흘러가는 많은 물체가 세르비아와 루마니아 국경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며 “댐에 있는 인력들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귀국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장에 있는 세르비아 대사와도 통화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 다뉴브강 사고 발생 시 철문댐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강 장관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31일 부다페스트에 도착해 헝가리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생존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면담한 뒤 이날 귀국했다. 강 장관은 “헝가리측의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견인해내는 것이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었고 그 부분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뉴브강은 사고 지점에서 흑해에 이르기까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을 관통하거나 국경을 지난다. 정부는 유람선 침몰 이후 시간이 흘렀고, 유속이 빨라 실종자들이 사고 현장에서 500~600㎞까지 이동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종자 수색 및 구조를 위해 이들 국가의 협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에 유럽 각국이 관심을 표하고 있어 설사 시신이 헝가리를 벗어나더라도 하류 지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주변국들의 더 적극적인 협조를 확보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강 장관을 대리해 1일 외교부 청사에서 중대본 대책회의를 주재한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오스트리아와 체코 등 인근국에서도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종자 수색·구조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는 밀로스 제안 체코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왔고,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고 희생자 가족에 위로의 뜻을 전했다.
정부는 수색 작업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구조대 인력 추가 파견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헝가리 물관리 당국에 따르면 당분간 현지에 비 소식이 없고 강 수위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수색 작업에 진척이 있을지 주목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