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법인분할)은 가까스로 승인됐지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인수·합병 절차상 두 번째 관문인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 실사도 녹록지 않아 보이는 데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물적분할 무효화 투쟁에 나선 탓이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3일부터 14일까지 옥포조선소 현장 실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 기간 20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이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조선·해양·특수선 현장을 점검해 유형자산을 확인하고 회사 관계자들을 직접 면담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장 실사를 막기 위해 저지단을 구성해 가동 중이다. 저지단은 옥포조선소 정문 등 실사단이 들어올 만한 출입구를 지키며 실사 저지 훈련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도 대우조선해양 정문에 천막을 설치, 실사 저지에 동참하고 나섰다.
현장 실사가 진행되면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현장 실사를 생략해도 인수·합병 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면서 “다만 문서 실사만으로 미비할 경우엔 현장 실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3일 오전 8시부터 전체 조합원이 참여해 사측의 법인분할 백지화를 요구하는 전면파업을 시작한다. 임시주총은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주총 장소인 한마음회관을 노조가 점거하면서 울산대 체육관으로 장소가 긴급 변경됐다. 11시10분쯤 시작된 임시주총에선 20여분 만에 법인분할과 이사선임 2개 안건이 통과됐다.
노조는 주총 변경사항에 대한 충분한 사전고지가 없었고 주주들이 변경된 장소로 이동 불가능한 시간으로 고지했으며 이동 편의도 제공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주총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미리 알린 몇몇 주주들만 모여 숨어서 날치기로 진행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한 주총”이라면서 파업 투쟁과 별도로 주총 무효소송 등 법적 투쟁에도 나설 계획을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는 임시주총을 저지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 왔고 회사는 수차례 퇴거 요청을 했으며 ‘주주총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도 법원에서 인용한 상황이었다”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장소를 변경했고, 주주들이 변경된 주총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버스도 3대를 준비했지만 노조가 버스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