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빈방문을 앞둔 도널드(사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차기 총리 선출과 관련해 내정 간섭으로 비치는 무례한 발언을 쏟아냈다가 영국 내 ‘반(反)트럼프’ 여론에 불을 지폈다.
3~5일 영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 대해 “내 생각엔 보리스가 매우 잘할 것 같다. 그가 아주 훌륭하다”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다른 총리 후보로 국방비 증대를 주장한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에 대해서도 호평했지만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를 겨냥해선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을 차기 총리로 지지했다”며 이는 “놀랄 만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메건 마클 왕자비에 대해선 “그렇게 형편없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 영국 왕실을 방문하지만 마클 왕자비는 산후조리를 이유로 불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더타임스의 일요일판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브렉시트에 대해 무책임한 훈수를 놓았다. 그는 “영국이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떠나라”고 부추기면서 “영국이 EU 탈퇴 조건으로 지불할 ‘이혼합의금’ 500억 달러를 주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이 EU를 고소하면 협상에서 더 강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이절 패라지(브렉시트당 대표)를 EU와의 협상 대표로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실수”라며 “패라지는 매우 영리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외교적 결례에 코빈 대표는 “용납할 수 없는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2일 가디언의 일요판 옵저버 기고에서 “트럼프는 점증하는 글로벌 위협의 가장 끔찍한 사례 중 하나”라며 “20세기의 파시스트 같다”고 비난했다.
트럼프가 영국을 방문하는 동안 런던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반대 시위가 예정돼 있다. 가디언은 2일 “지난해 실무 방문 때는 런던에서만 25만명이 시위에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상 외국 정상의 국빈방문 환영식은 런던 버킹엄궁 인근 근위기병대 연병장인 ‘호스 가즈 퍼레이드’에서 개최되지만, 이번에는 시위 등을 우려해 버킹엄궁 내 비공개 장소에서 열린다. 영국 정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런던 미국대사관 주변과 도로에 약 2.4m 높이의 방어벽을 세웠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라며 멕시코를 향해 관세 카드를 꺼내든 이후 미국 내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의 존 머피 국제문제 담당 수석부회장은 1일 로이터통신에 “법적 방안 등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6월 10일부터 멕시코를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이 중단될 때까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불법 이민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최고 25%까지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뉴욕타임스는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 참모진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 피해가 크다”며 만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5일 워싱턴에서 관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