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로 8년째 근무 중인 김모(65)씨는 최저임금 인상 후 ‘식대’ 명목으로 매달 6만5000원씩 요양원 원장 계좌에 입금하고 있다. 계좌이체할 때 ‘식대’라고 썼다가 원장이 눈치를 줘 이체 내역에 ‘계좌이체’라고 적는다. 매달 받던 처우개선비도 장기요양보험 수가에 통합되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김씨는 “최저임금과 수가가 올랐다는데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장기요양보험 인증 기준이 완화되면서 요양보호사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들의 처우개선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과 처우개선비 통합으로 인한 꼼수와 피해가 만연한 실정이다.
정부는 요양보호사에게 처우개선비로 시간당 625원을 별도로 지급하던 걸 지난해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에서 일괄 지급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7년 5월 장기요양급여비용 중 일정 비율을 인건비로 지급하도록 고시도 개정했다. 노인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급여비용의 57.7%를,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는 84.3%를 인건비로 받아야 한다.
처우개선비가 수가에 반영되고 최저임금도 인상되면서 요양보호사가 실제 받는 급여도 이에 준하게 올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광주지부는 지난달 29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요양보호사의 표준시급은 1만2000원 정도지만 실제로는 9500원을 받고 일하는 경우도 있다”며 “민간기관에 맡기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는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급여 인상이 부진한 이유는 처우개선비가 반영된 만큼 수가가 오르지 않은 데다 인건비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1년 단위이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1명의 월급에 비율을 맞추는 게 아니라 ‘기관 종사자 인원수×1년치’가 고시에서 정한 비율에 맞으면 된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요양보호사는 정해진 비율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 이 제도는 친인척을 기관에 고용해 이들에게 인건비를 몰아주는 식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부담을 덜어준다며 마련한 일자리안정자금이 임금 삭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올해부터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대상에 장기요양기관이 포함됐는데 요양보호사에게 시급 1만700원을 주던 한 기관은 자금을 신청했다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시급을 1만40원 수준으로 맞춰 오라”는 말을 들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정해준 인건비 비율도 안 맞춰주면서 일자리안정자금은 모두 타먹는 격”이라고 했다.
정부는 “기관장이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고려한 인상분을 (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2018년 상반기 중 인건비 지급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조문기 숭실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일본처럼 요양보호사로 일정 기간 일하면 승급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급여가 자연스럽게 오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