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 탈바꿈 리버풀, 천하를 품다

입력 2019-06-02 20:02
리버풀 선수단이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유럽 정상을 눈앞에 두고 악몽과 같은 실수로 자멸했던 리버풀 FC가 일 년 만에 재도전한 끝에 ‘별들의 무대’ 주인공이 됐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재수생은 과거의 잘못을 꼼꼼히 복기했고 부족한 점은 충실히 보완했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번번이 준우승에 그친 위르겐 클롭 감독도 결국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품에 안으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리버풀은 2일(한국시간)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하며 유럽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섰다.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2004-05시즌 이후 14년 만이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우승을 확정한 후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이날 승부의 추는 시작하자마자 기울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사디오 마네가 찬 공이 무사 시소코의 팔에 맞으며 심판은 24초 만에 휘슬을 불었다. 모하메드 살라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리버풀이 1-0으로 앞서 나갔다.

리드를 잡은 리버풀은 더 적극적으로 수비 라인을 올리고 전방부터 압박하며 추가 골을 노렸다. 토트넘은 잦은 패스 미스와 미숙한 탈압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후반 42분 교체 투입된 디보크 오리기가 코너킥 상황에서 승기를 굳히는 득점을 터뜨렸다.

리버풀이 이처럼 지난 시즌 결승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과감한 개편 덕이다. 경쟁 팀들보다 떨어지는 포지션이 있고, 선수단이 두껍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리버풀은 지난해 여름 주전을 바꾸고 서브 자원을 보강했다. 베스트 11과 벤치 자원의 격차를 줄여 시즌 막바지까지 팀을 건실히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조치였다.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위)이 이날 토트넘과의 결승 경기 도중 공을 쳐내고 있다. AP뉴시스

특히 수문장 교체는 신의 한 수였다. 리버풀은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최악의 실수로 실점하며 승리를 내준 로리스 카리우스를 임대로 내보냈다. 이후 세리에A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던 알리송 베커를 역대 골키퍼 최고 이적료인 7250만 유로(약 960억원)를 주고 데려왔다. 알리송은 이날 만회 골을 노리는 토트넘의 8차례에 걸친 유효 슈팅을 훌륭히 막아내며 자신을 영입한 이유를 증명했다.

클롭 감독이 구축한 ‘게겐프레싱(전방 압박)’과 강력한 공격 라인에 비해 다소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진이 버질 반 다이크를 중심으로 한층 탄탄해진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리버풀은 올 시즌 가장 적은 실점(22점)을 허용하며 철벽 수비를 뽐낸 프리미어리그 팀이었다. 잉글랜드 올해의 선수로 꼽힌 반 다이크는 이날도 손흥민의 저돌적인 돌파를 깔끔하게 차단했다. 공수에 능숙한 좌우 윙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앤드류 로버트슨은 제 몫을 다한다. 알렉산더-아놀드와 로버트슨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각각 12, 11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에이스 살라는 지난해의 불운을 털어내고 골 맛을 봤다. 살라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결승전에서 전반 30분도 채 되기 전에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교체되며 눈물을 쏟았었다. 살라는 “두 번째 결승 무대에서 90분 풀타임으로 뛸 수 있어 기뻤다”며 감격을 나타냈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쟁취한 클롭 감독은 더 큰 야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간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UEFA 유로파리그와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등 각종 대회에서 한 끗 차로 밀리며 2인자에 머물러왔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 “이번 우승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 더 큰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