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 말고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

입력 2019-06-02 19:49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기남(세 번째)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 사장단과 1일 화성사업장 로비를 걸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블라인드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장단에게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를 주문했다.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해당 사업 사장단에게 주변 여건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경쟁력 확보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1일 화성사업장에서 삼성전자 관계사 사장단과 글로벌 경영 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김기남 부회장, 메모리사업부장 진교영 사장, 시스템LSI사업부장 강인엽 사장, 파운드리사업부장 정은승 사장,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이동훈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의 국내 사업장 방문 일정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올해 1월 3일 수원사업장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 다음 날 기흥사업장 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사업전략회의 후 약 5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초격차’를 강조했다. 최근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해법을 기술경쟁력 강화로 제시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발언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단기적인 반사이익도 경계하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가시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미국 마이크론이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중단키로 하는 등 화웨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 외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을 곳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부 상황에 따라 실적이 오르내리는 것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면서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투자와 고용을 재차 강조한 것은 삼성 총수로서 ‘책임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진 앞에서 빈틈없는 투자 계획 이행을 강조한 것은 삼성이 외부에 공표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삼성의 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