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 6월 첫날… 광주·전주서 특별한 안장식

입력 2019-06-02 20:51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전도사’ 고(故) 서유진 전 아시아인권위원회 특별대사의 안장식이 열린 1일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부인 편남점 여사가 남편의 모습의 그려진 초상화를 받고 있다. 뉴시스

순국선열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의 첫날, 의미 있고 숭고한 삶을 살다간 2명의 고인이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5·18 전도사’로 불렸던 고(故) 서유진 전 아시아인권위원회 특별대사의 안장식은 1일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에서 엄수됐다. 안장식에는 서 전 대사의 부인 편남점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과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 서유진선생을추모하는사람들 회원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편 여사는 주홍 작가가 제작해 준 서 전 대사의 초상화를 안고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서 전 대사는 반평생 5·18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려온 사람이다. 1970년 미국으로 이민 간 서 전 대사는 1980년 5·18의 실상을 알게 된 뒤 2년 뒤부터 미주 민주회복통일연합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5·18을 알렸다. 1998년 아시아인권위원회 특별대사를 맡아 아시아 등지에서 인권 활동을 벌였고 지난해엔 오월 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미국의 자택에서 77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이철우 이사장은 추모사를 통해 “서 선생과 같은 분이 있었기에 5·18과 광주가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며 “선생을 떠나보내 슬프지만 가까이에서 선생을 떠올리고 찾아뵐 수 있게 된 것을 위안으로 삼겠다”고 추모했다.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공원 녹두관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유골 안장식에서 참석자들이 1995년 일본에서 발견돼 2002년부터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왔던 유골함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같은 날 이름 없는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도 전북 전주 완산공원에 조성된 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 안치됐다<국민일보 5월 27일자 15면 보도 참조>. 들불처럼 일어났다 스러진 뒤 125년 만의 영면이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와 전주시는 1일 풍남문과 녹두관에서 안장식을 엄수했다. ‘폭정으로부터 백성을 구하라’ ‘외세의 침략을 배격한다’ 등 동학혁명 당시의 구호를 적은 만장이 현장을 뒤덮었다.

이종민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은 “한 세기가 지나도록 영면하지 못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을 혁명의 격전지였던 전주에 안치하게 됐다”며 “부디 영면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발견된 유골을 봉환해 왔던 한승헌 전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지난날을 반성하지 않은 채 아직도 온갖 망언을 되풀이하는 침략의 전과자들은 이제라도 역사의 교훈을 깨닫고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우리 국민과 정부 또한 부패가 없고 외세가 넘볼 수 없는 자랑스러운 민주국가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치된 유골은 1895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에게 처형된 농민군 지도자 머리뼈로 1995년 홋카이도대학 창고에서 발견됐다. 이듬해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23년간 안장할 곳을 찾지 못해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