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변심했다. 지난달에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2조5000억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이어졌던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막을 내렸다. ‘셀 코리아(Sell Korea)’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도 한 달 동안 7% 넘게 추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원화가치 급락,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재편성 이슈 등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유출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달 국내 증시에서 단기적으로 반등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 상승 흐름을 만들려면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에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시장에서 2조4807억원을 순매도했다고 2일 밝혔다. 올해 초부터 보여왔던 행보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지난 1월 한국 증시로 귀환을 시작한 외국인은 4월까지 매월 순매수를 기록했었다.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지수도 고꾸라졌다. 31일 코스피지수는 한 달 전인 4월 30일(2203.59)보다 7.43% 내린 2041.74에 마감했다. 올해 코스피 수익률은 주요 20개국(G20)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 가운데 최하위권(19위)이다. 코스닥지수도 5월 한 달 동안 7% 넘게 내려앉았다.
‘방아쇠’를 당긴 건 무역분쟁이다. 지난달 무역갈등에 다시 불이 붙고 장기화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불확실성은 커졌다. 한국 등 신흥국에 들어왔던 글로벌 투자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졌다.
원화 가치 급락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급등세를 탄 원·달러 환율은 31일 1190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면 환차손 우려가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29일 기준 달러 환산 코스피가 1900선을 하회했다”며 “이는 지난해 10월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지난달 말에 MSCI 지수 재편성 이슈가 더해지면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 24~29일 4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가 뺀 돈은 1조6000억원을 넘는다. 중국 A주 편입이 확대되고, 한국 비중이 축소되자 외국인의 매도세는 더 강해졌다.
이달에 한국 증시엔 볕이 들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본다. MSCI 지수 재편성이 일단 마무리된 데다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극도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6월 코스피지수는 단기적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추세적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무역갈등은 여전하고 중국 경제지표도 좋지 않다. 이 팀장은 “전략적으로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 연구원도 “기술적 반등은 언제든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추세적 반등을 하기 위해서는 경기회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