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액 2년 전 수준으로… 거꾸로 가는 ‘수출 시계’

입력 2019-06-03 04:04

한국 수출의 시곗바늘이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2017년 5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중 관세전쟁과 반도체 업황 부진이 수출 엔진을 식게 만든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등의 발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금액은 지난해 5월보다 9.4% 감소한 459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증감률은 지난 2월 두 자릿수 감소세(11.4%)로 바닥을 친 후 감소 폭을 줄였지만, 지난달 다시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어린이날 등 휴일을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 감소폭은 15.3%나 됐다.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날개’를 꺾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금액은 30.5%나 줄었다. 반도체 단가 하락,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의 데이터센터 재고 조정, 스마트폰 수요 정체, 지난해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지역별로 보면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기업 제재 등 통상 여건 악화로 대중국 수출이 20.1%나 감소했다. 지난해 수출 호황을 이끌었던 ‘반도체’ ‘중국’이 이제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전체 수출 물량은 지난 4월 2.3%에 이어 지난달 0.7%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출 단가는 -4.3%에서 -10.0%로 하락 폭이 커졌다. 지난 5월 수입은 436억4000만달러로 1.9% 줄었다. 투자 감소 등의 여파로 수입은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22억7000만 달러 흑자로 1년 전보다 63.5% 급감했다. 전달과 비교해도 43.3% 줄었다. 88개월째 흑자지만, 흑자 폭이 확 줄어든 것이다.

앞으로 수출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도 ‘상처’를 입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잇따른 대중 관세 부과로 한국 수출이 연간 0.1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 중국을 통한 우회수출 비중이 대만(31.8%, 2014년 기준) 다음으로 큰 24.9%에 이른다.

반도체 업황도 단기간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D램(8GB) 가격은 3.8달러로 전년 대비 57.3%, 낸드(128GB) 가격은 5.1달러로 24.6% 감소했다. 그나마 다른 주력품인 자동차(13.6%)와 선박(44.5%)의 수출액이 지난달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품목 다변화, 시장 다각화 등의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