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수요 급락했는데… 중국 ‘성장률 6%대’ 믿을 수 있나

입력 2019-06-03 04:06

“정말 나쁜 뉴스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중국의 경기 침체가 깊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3일부터 열리는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인 카르멘 라인하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 투자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들로 미·중 무역전쟁, 각국의 불확실한 통화정책 전망 등이 꼽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중국의 경기 둔화라는 진단이었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따라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던 중국 경제는 최근 ‘더블딥(침체 회복 뒤 다시 침체하는 현상)’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지표가 사실 ‘미·중 관세전쟁’이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 3월에 일시 반등했던 중국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은 최근 들어 연초 수준이나 그 이하로 떨어졌다. 한은도 “중국은 1분기에 비해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는 조짐”이라고 사뭇 신중한 톤으로 전망을 바꿨다.

중국 경제가 공식적으로 알려지는 수치보다 훨씬 안 좋은 상태라는 주장도 나온다. CNBC는 웰스파고가 추산한 자료에 근거해 중국의 디젤 수요가 10년 만의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3월과 4월에 각각 14%, 19% 감소했다는 것이다. 화물운송 트럭에 연료로 쓰이는 디젤의 수요 감소는 상품 수요 감소로 인식된다. 경기 둔화의 신호인 것이다.

중국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6.4%라고 밝혔지만 일부 경제학계와 투자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통계의 신뢰성이 여전히 낮다고 판단한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앞으로 중국의 6%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세계적인 수요 부진으로 중국의 경기 하방압력은 예상보다 커졌고, 3분기 이후에는 미국과의 관세전쟁 여파가 제조업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의 NBS 제조업 PMI(49.4)는 2개월 연속 하락해 3개월 만에 기준치(50)를 하회한 상태다. 실물경기의 부진은 지난달에만 금융시장에서 주가 6.4% 급락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는 2일 “화웨이 등 중국 주요 업체에 대한 규제가 확산될 경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6.0~6.5%) 달성이 사실상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종전 예상치보다 0.3~0.4%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업종을 불문하고 중국 수요에의 의존성이 큰 한국 수출업계로서는 유쾌하지 않은 분위기다.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의 수요를 일부 흡수하는 등의 반사이익이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UBS는 최근 메모에서 “싱가포르 한국 말레이시아와 같은 개방경제 체제 국가들은 세계 무역과 수출에 더욱 민감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감소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