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7일부터 제2금융권 대출이 까다로워진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를 본격 도입한다. 상호금융을 주로 사용하는 농·어업인들이나 은행 대출이 어려워 저축은행을 찾았던 저신용 차주들의 경우 상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돈을 빌리는 게 사실상 어려워진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30일 가계부채관리점검 회의를 열고 제2금융권 DSR 관리지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제2금융권 DSR 관리지표는 다음 달 17일 신규대출 건부터 적용된다. DSR은 거의 모든 대출의 원리금상환액과 소득을 비교해 상환능력을 따지는 제도다. 대출의 원리금이 모두 반영되기 때문에 다른 대출 규제보다 효과가 더 강력하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고삐’를 죄기 위해 지난해 10월 은행권에 DSR을 관리지표로 도입하고 제2금융권에서도 시범운영을 해왔다.
이번 조치로 제2금융권은 2021년 말까지 평균 DSR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 DSR 70% 이상인 고위험 대출 비중도 줄일 수밖에 없다. 농·수협 등 상호금융은 현재 261.7%인 평균 DSR을 2021년까지 160%로 낮춰야 한다. 저축은행·보험사·카드사·캐피털사에도 업권별 목표치가 제시됐다. 목표치를 맞추려면 신규 가계대출을 취급할 때 소득 상태를 더 깐깐하게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상호금융 이용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클 전망이다. 기존에 소득증빙 절차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자료로 확인 가능한 연 소득이 700만원밖에 안 되는 농부 A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까지 A씨는 농협에서 토지를 담보로 비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득증빙자료를 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A씨도 소득을 증명받아야 대출이 가능하다. A씨가 비주택담보대출(5년 만기 일시상환, 연이율 4%)로 1억원을 빌리려고 할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1400만원, DSR이 200%로 계산되기 때문에 대출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농·어업인의 신고소득 확인서류에 조합 출하실적을 추가해 소득인정기준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부업체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때는 DSR을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업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는 대부업 대출 원리금 상환액도 DSR에 부채로 잡힌다. 이 때문에 은행 등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 이용 사실만으로 개인신용평가에 과도한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전 금융권에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실수요자 대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 평균 DSR(261.7%)과 목표치 사이 갭이 가장 큰 상호금융의 경우 시범운영 기간에 소득 확인을 충실히 했다면 평균 DSR이 176%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게 금융위 분석이다. 소득증빙 없이 나간 대출의 DSR을 300%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또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300만원 이하의 소액 신용대출은 DSR 산정 대상에서 제외해 취약차주 부담을 줄였다.
소득 산정 범위를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득을 넓게 인정하면 DSR은 낮게 계산된다. 신용정보회사 보유 데이터로 산정한 추정소득의 인정범위는 기존 80%에서 90%로 확대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 납부내역 등으로 확인하는 인정·신고소득도 연 50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 범위를 넓혔다. 다만 2가지 이상의 자료로 소득수준이 확인된 경우로 제한된다.
임주언 정진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