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30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안팎에서는 하루 종일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울산지방법원이 이날 한마음회관 명도단행 가처분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양측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경찰의 농성장 진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한마음회관은 평소 주민들의 편의시설로서 조합원들의 사업장이나 직장이 아니다”라며 “점거행위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째 한마음회관 점거농성을 이어갔다. 회관 내부에 500여명의 노조원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다수 노조원들은 회관 광장에 자리를 잡고 “주총장 사수”를 외쳤다. 노조는 광장 입구와 건물 주변에 오토바이 등을 줄지어 세워 용역업체 및 경찰 진입에 대비했다.
오후 들어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거제에서 도착하는 등 민주노총 추산 1만명 이상이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사측은 지난 29일부터 한마음회관과 마주보고 있는 울산대학교병원 옥상에 고성능 CCTV 2대를 설치하고 노조원들의 불법행위를 채증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주주총회 당일인 31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한마음회관을 봉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집회를 잇달아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 노조원은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면서 “조합원 가족뿐만 아니라 울산 동구 시민들 대부분 법인 분할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안내요원 800명을 확보하는 등 주주총회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회사 관리자들은 2차례 농성장을 찾아가 주총을 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경찰에도 3차례 걸쳐 노조 퇴거 요청을 했다. 현대중공업 사측과 계약한 경비업체는 인력 190명의 현장 배치 허가를 경찰에 신청했다.
노사의 충돌에 대비해 경찰은 기동대 경력을 15개 중대에서 54개 중대로 늘렸다. 전국에서 인력을 지원받아 한마음회관 인근에 배치된 경찰 숫자는 4200명으로 늘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박근태 지부장 등 노조 간부 33명에게 다음 달 10일 경찰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인 분할)에 따른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은 반드시 울산에 존치돼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송 시장은 또 “어떠한 경우에도 유혈사태가 일어나선 안된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가동해 지금의 갈등이 사회적 대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한 충돌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주주총회 장소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노사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조 측은 주주총회 장소 변경에 대비해 남구 울산대에도 집회신고를 냈다. 노조 관계자는 “장소 변경 여부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주총 장소가 변경될 경우 한마음회관에서 5분 정도 거리이고 외부인 통제가 가능한 회사 내 본관 또는 체육관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측은 주총장 인근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와 현대예술회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회사 내부에 용역요원 800여명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