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거사위, 윤중천 리스트 수사 촉구 근거는 ‘윤씨 면담 보고서’

입력 2019-05-30 19:21 수정 2019-05-30 21:02
김용민 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9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김학의 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 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검찰 내 ‘윤중천 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가장 큰 근거는 윤씨를 면담한 보고서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 조사단(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윤씨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게 수천만원을 건네는 등 검찰 인사들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수사 촉구에 대해 “명확한 증거 없이 벌인 무책임한 일”이라며 반발했지만 과거사위는 “범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인사들만 추려 수사 촉구를 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사단은 지난 1월 윤씨에 대한 2차 면담에서 검사들과의 친분 관계를 캐물었다. 윤씨는 “검사를 동경해 여러 검사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김 전 차관과 한 전 총장에게 수천만원씩 준 적도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3차 면담에서 윤갑근 전 고검장에 대해 “별장에 온 적이 있고 함께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씨는 녹음기를 앞에 두고 진행된 4차 면담에서 앞서 진술을 번복했다. 자신의 언급이 기록되고 이후 수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2·3차 면담 내용에 대해 “그때 그렇게 얘기한 것은 맞지만 착오다. 사실이 아니다”는 식으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면담 내용을 번복하려던 의도였지만 오히려 그 내용 자체를 인정한 셈이다. 한 조사단 관계자는 “초기 면담 내용이 더 믿을 만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경찰의 2013년 수사 기록에서 윤씨의 운전기사 박모씨가 윤 전 고검장 등을 봤다고 진술한 점도 확인했다.

조사단은 이후 2012년 서울 용두동 ‘한방천하’ 상가 개발비 횡령 사건, 2013년 내연녀 권모씨와의 ‘쌍방 고소’ 사건의 결과가 윤씨의 의도대로 마무리된 점에 주목했다. 당시 한 전 총장, 윤 전 고검장은 이들 사건에 개입해 편의를 봐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조사단은 윤씨가 이들에게 사건 관련 청탁을 했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과거사위에 전달했다. 강제 수사 권한이 없어 추가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과거사위의 수사 촉구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범죄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진술, 물증이 없다는 얘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나온 명함 말고 구체적으로 더 나온 게 있느냐”며 “돈을 줬다는 윤씨 진술도 명확하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최근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던 윤씨의 지인은 “윤씨가 ‘한 전 총장에게 2005~2006년 5000만원을 건넸다’고 개인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다”며 “예전에 한 전 총장과 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고검장이 별장에 왔다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전 총장은 금품 수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윤 전 고검장은 이날 과거사위, 조사단 관계자 등 3명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문동성 구자창 구승은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