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뮬러(사진) 특별검사의 9분30초 기자회견이 미국 정치권을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다. 뮬러 특검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죄”라는 한마디를 끝내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탄핵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뮬러 특검은 29일(현지시간) 법무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분명히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만약 우리가 확신했다면 우리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범죄로 기소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었다”면서 “이는 현직 대통령을 범죄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검사팀은 법무부 소속이었기 때문에 법무부 방침에 따라 애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할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뮬러 특검은 “우리는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관해서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직 대통령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공식적으로 고발하기 위해선 형사사법 제도 이외의 절차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뮬러 특검은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22개월 동안 진행됐던 마라톤 수사 기간 내내 침묵을 지켰던 뮬러 특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진 단 한 번의 기자회견에서 의회 차원의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뮬러 특검은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다. 뮬러 특검은 수사 결과 보고서에서 트럼프 캠프 인사들이 러시아와 공모했거나 협력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족쇄를 풀어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았다는 사법 방해 의혹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결론 내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정쟁의 불씨를 남겼다. 이번 뮬러 특검의 기자회견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정쟁 ‘2라운드’가 열린 셈이다.
AP통신은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무죄라고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뮬러 특검이 법률적 절차에 의한 기소 대신 의회가 탄핵 소추 권한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범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이제 의회 차례가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 기자회견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특검 수사보고서에서 달라진 것이 없었다”면서 “증거는 불충분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트럼프)의 결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안은 종결됐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도 건넸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시 공세에 나섰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의회는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와 거짓말, 그 밖의 다른 잘못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고 아무것도 배제돼선 안 된다”면서 탄핵 추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도 가세했다.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의회는 탄핵 절차를 즉시 시작해야 할 법적,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뮬러 특검은 이번 기자회견을 끝으로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뮬러 특검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의회 공개 증언과 관련해 “보고서가 나의 증언”이라고 불출석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