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싹을 틔운 로맨스극이 브라운관에서 한창 꽃피우는 중이다. 갈고 닦은 장르극들에 밀려 시청률이 높진 않지만 화제성에서만큼은 대부분 톱을 달리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이 로맨스물을 향한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SBS는 지난달 15일부터 동명 일본 만화를 각색한 ‘절대그이’를 내보내고 있다. 특수 분장사 다다(방민아)와 연인용 로봇 제로나인(여진구)의 로맨스를 그린다. 원작이 2003년 첫선을 보인 만큼 많은 내용을 바꿔 트렌드를 좇았으나 고전 중이다. 2~3%(닐슨코리아) 시청률에 머무르고 있다. 30일 종영한 ‘그녀의 사생활’(tvN)도 시청률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로코 퀸’ 박민영과 관능적인 매력을 가진 김재욱의 시너지가 빛났으나 2%대를 맴돌았다.
로맨스물의 잇따른 부진은 독특한 소재와 서사로 무장한 장르극들이 등장해 시선을 채어간 탓이 크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로맨스는 무난하게 사랑받기 좋지만, 아이템이나 캐스팅 등에서 특별함이 없으면 그만큼 차별점을 두기 어렵다”고 했다. 기시감 극복이 특히 어려운 갈래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로맨스는 때아닌 열풍을 맞고 있다. 최근 편성된 ‘초면에 사랑합니다’(SBS), ‘단, 하나의 사랑’(KBS2), ‘봄밤’(MBC)을 비롯해 ‘WWW’(tvN), ‘퍼퓸’(KBS2) 등이 연달아 시청자들을 만난다.
이유는 뭘까. 시청률이 낮은 경우라도 로맨스물 특유의 높은 화제성이 배우와 방송 관계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화제성은 대개 온라인 버즈량(언급횟수) 등을 통해 산출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콘텐츠 가치정보 분석시스템(RACOI)이나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화제성 지수,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개발한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CJ ENM 관계자는 “CPI 지수는 시청률 보완 지표로, 광고주와 시청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로맨스물은 일반적으로 화제성 면에서 상위권을 달린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이 즐겨 보는 장르이면서, 키스신 등 클립으로 소비되는 영상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방송사 클립을 위탁받아 유통하는 스마트미디어렙(SMR)에 따르면, ‘그녀의 사생활’은 지난달 30일 기준 회당 약 254만회의 평균 재생수를 기록했다. CPI 상 ‘화제 되는 프로그램’ 부문에서는 5월 한 달간 매주 5위 안에 자리 잡았다. ‘봄밤’은 지난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자료에서 화제성 1위에 랭크됐고, 출연자 화제성에서도 정해인 한지민이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이런 높은 화제성이 배우들과 제작진을 로맨스물로 끌어들이는 촉매제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 평론가는 “온라인 화제성 지표의 핵심인 2049세대는 구매력이 크다. 따라서 광고주들에 대한 어필 가능성도 시청률로만 평가할 때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작품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는 배우들과 다양한 로맨스물을 시도해보고 싶은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