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부동산을 매각한 A씨는 ‘무늬만 이혼남’이었다. 배우자에게 재산분할과 위자료 명목으로 3억6000만원을 이체하고, 나머지 돈도 39회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했다. 하지만 A씨는 실제로 이혼한 상태가 아니었다. 국세청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A씨의 집 주변에 잠복하고 이웃에게 수소문한 끝에 여전히 이혼한 배우자 주소지에서 같이 살고 있는 걸 확인했다. 집을 수색했더니 장난감 인형 밑에서 현금 7100만원, 옷장에서 황금열쇠 4점이 발견됐다. 국세청은 A씨에 대해 7400만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했다.
유명 성형외과 의사 B씨는 현금영수증 미발행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뒤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그는 호화생활을 누리면서 국세청의 체납처분을 피하려고 병원이 있는 건물에 위장법인을 만들어 매출을 분산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B씨의 거주지와 병원을 동시 수색해 2억1000만원 상당의 미화와 엔화를 압류했다. 자진납부분을 포함해 총 4억6000만원을 추징했다.
며느리 명의로 외제 자동차를 등록하는 등 재산을 감춘 시부모도 있었다. C씨는 부동산을 팔 시점에 10여건의 보험을 해약한 뒤 보험금 2억4000만원 등 모두 12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인출했다. 국세청 직원이 미행했더니 C씨는 자녀 명의로 된 54평짜리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가족 소유의 외제 자동차는 3대나 됐다. 싱크대 수납함에선 검은 비닐봉지에 쌓인 5만원권 1만8장이 발견됐다.
국세청은 올해 들어 충분히 세금을 낼 수 있는 부유층인데도 버티는 고액 체납자 325명으로부터 총 1535억원의 세금을 걷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을 포함해 확보한 체납세금은 지난 4월 기준 6952억원(3185명)에 달했다.
체납세금 조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4년 1조4028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880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실적은 2013년 은닉재산 추적조사 전담조직을 설치한 이후 최대치다. 19개 팀으로 구성된 은닉재산 추적조사 전담조직에는 조사관 142명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체납자 탐문, 잠복·미행·수색 등 암행조사를 한다.
한재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 체납자 본인뿐 아니라 조력자까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대응하겠다. 납부 여력이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체납자는 끝까지 추적해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