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전… 미 ITC ‘영업비밀 침해’ 조사 돌입

입력 2019-05-30 19:04

국내 정유·화학업계를 대표하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9일(현지시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조사 개시가 결정되면 곧 담당 행정판사가 배정된다. 담당 행정판사는 관세법 위반이 있었는지에 대해 예비 결정을 내리며, 이후 ITC에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앞서 LG화학과 LG화학 미시간 법인은 지난달 29일 ITC에 특정 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셀, 배터리 모듈, 배터리팩, 배터리 부품 및 이를 만들기 위한 제조공정의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고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인력을 빼가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LG화학은 ITC의 조사 개시를 환영했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을 보내며 인력 빼가기를 멈춰달라고 경고했으나 효과가 없어 법적 대응에 나선 만큼 ITC의 판단을 통해 피해를 막겠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LG화학은 “조사를 통해 경쟁사의 부당한 영업비밀 침해 내용이 명백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동안 국익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소송 철회를 요구했던 SK이노베이션도 소송 절차가 시작된 만큼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이 전혀 근거 없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소송이 안타깝지만 절차가 시작된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노하우와 기술력을 입증하는 기회로 삼겠다”면서 “우리 구성원과 고객, 사업가치, 나아가 국익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의 판단도 소송의 변수가 될 수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로 분류돼 있다. 관련 자료를 해외로 제출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LG화학이 자료 제출 신청을 하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은 회의를 열어 배터리 기술 자료 해외 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왜 우리 기업끼리 소송을 벌이느냐”며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요청이 들어오면 산업기술보호법 절차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