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소외와 고립이 위태로운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이 큰 파열음을 내며 부딪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유착은 날이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과 일본은 국익을 위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반면, 한국은 치열한 외교전에서 존재감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한·일 관계가 최대 문제다.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지만 정부가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당장 31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외교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지만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6월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일본 측은 “만나도 접점이 없는데 만나면 뭐 하느냐” 한다고 한다. 최근 도쿄를 방문한 여야 중진의원들이 중의원 외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온 건 꽉 막힌 양국 관계를 잘 보여준다.
정부가 매듭을 풀겠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일본이 가장 반발하는 건 대법원의 일본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다.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는 사법부가 판단을 내린 것이라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양국 관계의 주춧돌인 1965년 청구권협정을 전면 부인한 판결을 받아들이라는 건 선을 넘은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해결 방안으로 한국 정부·한국 기업·일본 기업 3자가 배상금을 위해 공동기금을 만드는 ‘1+1+1’ 해법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1+1’ 해법은 청구권협정 당시 지급한 배상금에 개인 위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개인 위자료까지 포함된 것이란 일본 정부 입장을 절충하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북한 핵 문제에 올인(다걸기)하다가 외교적 곤경에 처한 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금 중요한 건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손대야 할 부분이 한·일 관계일 것이다. 정부는 ‘사법부 판결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청구권협정 테두리 내에서 현실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G20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악수하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자”라는 상징적인 발언이라도 나와야 한다.
[사설] 한·일 정상회담 없는 쪽으로 가는 오사카 G20회의
입력 2019-05-3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