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업 회생방안 걷어찬 울산 노동계

입력 2019-05-31 04:01
울산지법 “현대重 노조, 점거 농성 풀고 주총 방해 말라” 통보…
이번 사태는 현 정권의 법치 실현 시험대 될 것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위한 법인분할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 사측이 주총을 강행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민주노총 등과 연대해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6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고, 주주총회장인 울산 한마음회관을 나흘째 점거하고 있다. 노조 차량에서 쇠파이프와 시너가 발견되면서 폭력 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다. 노조 투쟁을 지원하는 세력도 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연대투쟁을 선언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송철호 울산시장은 삭발하며 노조 투쟁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주총 하루 전인 30일 한마음회관 앞에서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열고 주주총회장을 원천봉쇄했다. 울산지법은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에 점거 농성을 풀고 주총 준비와 진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법인분할 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을 걱정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신설되는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가 서울에 생길 경우 법인세 축소와 인력 유출을 우려한다. 하지만 사측과 KDB산업은행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서 고용안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사측은 한국조선해양의 본사가 서울에 설립되더라도 신설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의 본사가 울산에 있기 때문에 울산에 내는 법인세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의 분할계획서 승인 및 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키로 하면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두 회사의 합병 방안은 한국 조선업의 유일한 생존 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과당 경쟁과 저가 수주로는 조선업의 활로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혈세를 투입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조선업이 침체기를 벗어나고 있는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노사는 회사와 조선업계를 살리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노동계의 불법 파업과 폭력 투쟁을 수수방관해 왔다. 경찰도 현대중공업 노조의 불법 점거를 방치하고 사측의 퇴거 요청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연행된 민주노총 시위대들은 모두 풀려났고, 법원은 폭력 시위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권력이 바로 설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이 정권이 법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