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시민단체도 “현대중 법인분할 반대”… 여당 소속 시장 삭발

입력 2019-05-29 21:16 수정 2019-05-29 23:40
롯데백화점 울산점 앞에서 29일 열린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총궐기대회’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하며 본사의 울산 존치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아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해 3일째 주주총회장을 점거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까지 회사의 법인분할 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 의장은 삭발까지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29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열린 시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법인분할) 이후 본사를 서울로 옮기는 것을 막겠다”며 울산시와 시민대표로 삭발했다. 노조나 군소 야당 등이 배수진을 치고 나선다는 의미로 행해졌던 삭발투쟁에 여당 광역단체장과 시의회 의장이 참여한 것이다.

송 시장은 “울산의 미래가 걸린 이번 사안에 각계각층의 모든 분이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한국 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를 반드시 이뤄내자”고 촉구했다.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뉴시스

이날 대회는 시민 3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와 홍보물을 나눠주는 시민 선전전 등으로 진행됐다. 참가한 시민들은 “지역경제 파탄내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반대한다”거나 “경영진만 배불리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저지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삭발을 놓고 단체장 직무수행 평가 등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송 시장이 지역 현안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를 단순한 정치행위로 보기만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에 대해 울산시와 지역사회가 어느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송 시장은 3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본사 존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울산시가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나서는 것은 물적분할 이후 본사를 서울로 옮길 경우 연구인력 유출 및 영업이익 감소, 세수 감소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영향이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연결되면 그렇지 않아도 힘든 울산 지역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게 깔려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물적분할 이후 자산은 중간지주회사에 가고, 부채는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에 몰려 구조조정과 근로관계 악화, 노조활동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날 주주총회 장소인 한마음회관 주변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전날 오후 일부 노조원의 차량에 위험물인 시너와 쇠파이프가 보관돼 있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천막으로 건물 1층 통유리 바깥쪽을 막아 외부에서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들었다. 경찰 진입 등에 대비해 내부 상황을 알 수 없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한마음회관 주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총파업 투쟁 집회에는 현대자동차 노조 간부들이 합류했다. 현대차 노조는 공권력이나 용역업체가 건물에 투입될 경우 전 조합원이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사측은 한마음회관 시설물 보호와 조합원 퇴거를 경찰에 요청하는 한편 건물 주변에 사설 경비업체 직원을 배치했다. 사측은 한마음회관을 방문해 노조에 퇴거 공문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