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상 유급병가를 받지 못하는 일용직,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등에게 검진이나 입원 시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국내 최초로 시행된다.
서울시는 유급병가가 없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생계비 걱정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입원이나 검진 시 연간 최대 11일까지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유급휴가지원’ 사업을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없도록 ‘차별 없는 건강권 보장’과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위해 서울형 유급병가지원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근로소득자 또는 사업소득자이면서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중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의 서울시민이라면 입원(최대 10일)이나 검진(최대 1일) 시 서울시 생활임금(1일 8만1180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기본 중위소득 100% 이하’ 판정 기준은 소득과 재산이다. 소득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도 가구규모당 기준 중위소득 이하, 재산은 2억5000만원 이하로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택배업을 하는 3인가구 가장이 월 가구소득이 376만원 이하이고 집을 포함한 재산이 2억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병원 입원 시 하루 8만1180원씩 최대 10일간 유급병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기준 정규직 노동자의 유급휴가 수혜율은 74.3%인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32.1%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유급휴가가 없는 저소득 노동자나 자영업자는 질병이 발생해도 소득 상실을 걱정해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질병이 악화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유급휴가지원 사업이 시행되면 그동안 아파도 치료를 받지 않았던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이 생계비 걱정 없이 병원에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급병가지원 신청은 주소지 동주민센터와 보건소에 접수하면 된다. 한 가구에 신청자격을 갖춘 사람이 여러 명 있다고 해도 모두 신청할 수 있다. 또 주소지가 서울시로 돼 있으면 직장 소재지는 서울시가 아니어도 신청 가능하다. 서울시는 유급병가지원 사업에 대한 참여를 늘리기 위해 다음 달 3일 지원 대상 단체들과 협약서를 체결한다. 여기에는 건설근로자공제회,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서울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 전국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전국고물상연합회,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한국편의점네크워크 등 15개 단체가 참여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