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난지도, 작은 섬에 붉게 타오른 숭고한 항일 정신

입력 2019-05-29 18:22
충남 당진시 석문면 대호방조제에서 본 소난지도와 이웃한 대난지도 옆으로 저무는 해가 붉은 빛을 토하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삼남지방의 조세선 기항지 역할을 했던 소난지도는 일대 뱃길을 근거지로 1900년대 초 항일 투쟁이 펼쳐졌던 곳이다.

‘호국보훈의 달’ 첫날인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음력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로, 2010년 법정기념일로 제정해 2011년부터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나라 위기 때마다 전국적으로 의병이 대거 일어났지만 충남 당진의 의병은 독특하다. 작은 섬 소난지도를 근거로 일본군과 해전을 벌인 것이다.

난초와 지초가 많아 불리게 됐다는 난지도(蘭芝島)는 소난지도와 대난지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2010년 행정안전부 선정 대한민국 10대 명품섬에 포함된데 이어 2017년에는 ‘찾아가고 싶은 섬’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비경을 갖췄다.

전사한 의병 유골을 합장한 의병총.

소난지도는 조선시대부터 삼남지방의 조세선 기항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소난지도 바닷가에는 의병 유골을 합장한 의병총(등록문화재 제629호)이 조성돼 있다. 1908년 3월 15일 처절한 항일의병전쟁이 일어났던 곳이다. 이곳의 의병활동은 크게 두 번으로 나눠진다. 1906년 면천 출신인 최구현 의병장을 중심으로 면천성을 공격했던 사건과 1907년 정미조약에 의한 군대 강제해산 이후 홍원식 의병장이 활약했던 시기로 구분된다.

1908년 3월 15일 당진 지역 의병운동의 근거지를 소난지도로 판단한 홍성경찰분서가 이곳에 기습공격을 감행했고, 이들에 맞서 싸운 홍원식 의병대는 격렬한 전투 끝에 41명이 전사하고 50여명이 행방불명됐다.

청동인물상과 석부조상 등을 갖춘 추모탑.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의병활동은 1970년대 석문중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힘으로 고증작업이 이뤄졌으며, 2003년 당진시가 소난지도 의병 항쟁 학술고증에 나서면서 실체가 확인됐다. 2009년 소난지도에 의병항쟁 추모탑이 건립됐으며, 2017년 6월 1일 이곳에서 전국 의병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소난지도는 면적 1.4㎢의 작은 섬마을이다. 서울 한강 난지도와는 동명이도(同名異島)다. 도비도선착장에서 바로 보인다. 소난지도선착장에서 내려 마을을 지나 계속 가면 펜션 뒤쪽으로 의병총이 나온다. 전체면적 1626㎡에 봉분 1기와 상석 1기, 기념비 1기, 당주석 2기 등이 조성돼 있다. 바로 옆 추모탑이 웅장하다. 가로 12m, 세로 13.5m, 높이 19m의 추모탑에는 전투장면을 묘사한 청동인물상과 의병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석부조상이 조각돼 있다.

이웃한 대난지도는 5.08㎢다. 물놀이부터 낚시, 캠핑, 트레킹까지 즐길 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특히 둘레길은 능선을 오르내리며 해안과 숲을 번갈아 걷는 코스라 지루하지 않다. 4~5시간이면 충분하다. 등산길은 국수봉에서 시작해 수살리봉, 일월봉, 망치봉까지 4개 봉우리를 따라 조성됐다.

대난지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난지해수욕장.

대난지도 전망대에 오르면 남북으로 곧게 뻗은 난지해수욕장의 시원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섬 속의 해수욕장’으로 맑은 바닷물과 금빛 백사장 등을 갖춘 명품 피서지다. 북적대는 육지의 해수욕장과는 다른 분위기다. 반대쪽에도 한산한 작은 해변이 자리한다. 해수욕장 오른편 멀리 육지에 대산공단의 공장이 줄지어 서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서면 해변을 따라 걷는 ‘황금모래길’이 이어진다. 넓게 펼쳐진 고운 모래밭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해수욕장 근처에는 카페와 슈퍼, 음식점이 있어 식사를 할 수 있고 카페 및 슈퍼도 만날 수 있다. 해수욕장 남쪽에는 해수욕장 개장 동안에만 배가 들어오는 선착장이 있고 위쪽 산으로 정자 하나가 보인다. 난지섬 둘레길의 백미로 손꼽히는 ‘난지정’이다. 난지정에 올라서면 나무 사이로 서해에 옹기종기 떠 있는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수욕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용못공원은 서해를 지키는 흑룡이 살다가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와 이름 붙었다. 연못을 둘러싸고 방갈로가 조성돼 있으며 연못 가운데에는 작은 정자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용못공원에서 나오면 섬 중앙을 관통하는 큰길이다. 길을 따라 언덕을 넘으면 삼봉초등학교 난지분교가 나온다. 1949년 난지분교로 문을 연 뒤 1968년 난지초등학교로 승격됐다가 1984년 다시 분교로 통합됐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대난지도선착장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선녀바위를 다녀와도 좋다. 다만 썰물 때를 맞춰야 한다. 해안가의 바다로 돌출한 부분에 서 있는 바위는 파도와 바람 등에 의한 차별 침식으로 깎여서 생겼다. 바위를 옆에서 보면 선녀가 바다를 향해서 서 있는 모습이다.


여행메모

도비도선착장∼소안도 배로 10분
여객선 하루 3차례 ‘당일치기’ 가능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충남 당진 난지도를 가려면 먼저 도비도선착장을 찾아가야 한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송악나들목에서 빠져 왜목마을 이정표를 따라 38번 국도를 타고 대호방조제를 거쳐 도비도로 간다. 도비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대호방조제를 축조하면서 육지로 변한 곳이다.

이곳에서 여객선을 타고 10분만 가면 소난지도에 닿고, 소난지도에서 20분이면 대난지도선착장에 도착한다. 여름 성수기에는 섬의 서쪽에 있는 난지해수욕장 선착장에도 배를 대지만 평소에는 동쪽에 있는 선착장을 이용해야 한다.

여객선은 하루 3차례(오전 7시50분, 오후 1시, 오후 5시) 운항한다. 소난지도와 대난지도를 당일치기로 둘러봐도 좋고 대난지도에서 하루쯤 묵으며 난지해수욕장 일몰을 감상해도 그만이다. 당일치기는 첫 배로 소난지도로 들어가 오후 1시10분 배를 타고 대난지도로 이동한 뒤 5시30분 배로 돌아오면 된다.

여객선에 차량을 실을 수 있으나 운송비가 부담스럽다면 섬 내부를 천천히 걸어다녀도 된다. 소난지도는 1시간이면 섬 대부분을 돌아볼 수 있고 대난지도의 경우 동쪽 선착장에서 서쪽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40~50분가량 걸린다. 소난지도와 대난지도에는 민박과 펜션이 많다.

송악나들목에서 도비도 가는 길에 한진포구, 안섬포구, 성구미포구, 장고항포구, 왜목마을 등 크고 작은 포구가 이어진다.

난지도(당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