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때리면서 김정은 편든 트럼프… “독재자 편애” 역풍

입력 2019-05-30 04:03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빈방문 과정에서 북한 편을 들면서 차기 대선의 강력한 경쟁자 조 바이든(오른쪽) 전 부통령을 공격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2020년 대선을 18개월이나 남겨놓은 시점에 현직 대통령과 1위 예비주자(바이든) 간 감정싸움이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인신공격과 조롱으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양측의 난타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간에 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올린 트위터 글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약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사실 외국에 있는 동안 졸린(sleepy) 조 바이든을 방어했다”면서 “김정은은 그(바이든)를 ‘아이큐가 낮은 멍청이(low IQ idiot)’, 그리고 다른 많은 표현으로 놀렸지만 나는 훨씬 부드럽게 ‘아이큐가 낮은 사람(low IQ individual)’으로만 지칭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말한 것을 갖고 누가 기분 나빠한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방문 기간 김 위원장 편을 들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는 미국 내 비난을 조롱하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바이든에 대해 ‘머리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정치적으로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 귀국 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바이든 캠프의 케이트 베딩필드 부본부장은 “외국에서, 그것도 메모리얼데이(미국 현충일·27일)에 동료 미국 국민이자 전직 부통령에 맞서 잔인한 독재자 편을 반복적으로 드는 것 자체가 모든 걸 말해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대통령직 품위 이하의 처사”라고 주장했다.

베딩필드 부본부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끌어들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재자 편애’를 공격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언행이 “헬싱키에서 푸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것을 포함해 독재자들을 끌어 안아온 패턴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핀란드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역풍을 맞았던 일을 끄집어낸 것이다.

트럼프 재선 캠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팀 머토 대변인은 트위터 글을 통해 “이번 비판이 지난 2월 외국 땅에서 대통령을 공격했던 조 바이든의 입에서 나오다니 참으로 재미있다”고 비꼬았다. 바이든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이민정책을 비난했던 것을 거론하며 역공을 가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바이든이 지난 18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폭군’ 김정은 위원장을 포용한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면서 바이든을 ‘속물’ ‘푼수’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난에 반색하면서 이를 바이든 공격 소재로 활용했다.

이 논란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 바이든 ‘한 명만 때리기’에 집중했다. 그는 바이든을 ‘졸린 조’라는 경멸적인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그는 바이든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졸린 조, 당신이 민주당 경선을 치를 지능이 있기를 희망한다”는 조롱을 던졌다. 또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장지대)이면서 바이든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해선 “그(바이든)는 다른 주(州)를 위해 여러분을 떠났다”면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 바이든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트럼프의 대표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미국을 다시 도덕적으로’를 슬로건으로 제시하며 그의 도덕적 약점을 부각시켰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