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24만명의 팔로어(구독자)를 보유한 A씨는 매일 10~20초짜리 짧은 영상을 올린다.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걸 먹는 등 일상을 보여준다. 평범한 영상이지만 반응은 폭발적이다. 영상 속에서 A씨가 입은 옷에 대한 문의 댓글은 순식간에 수십개가 달리기도 한다. 문의 댓글로 옷을 판매하던 A씨는 구독자가 점차 늘자 온라인 쇼핑몰까지 열었다. 단골이 늘면서 생산공장을 끼고 자체 제작 상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임블리 사태’로 ‘인플루언서(influencer) 마케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플루언서는 SNS에서 작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만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보유한다. 일반인이지만 유명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뽐낸다. 문제는 인플루언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품 거래가 오가는 시장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6개월 내 20회 이상 또는 1200만원 이상 통신판매를 하면 사업자 신고를 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일부는 미신고 상태에서 개인 계정을 통해 댓글 또는 쪽지로 상품을 팔고 있다. 그렇다고 개인 계정을 일일이 감시하는 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인플루언서 시장’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유다.
인플루언서는 세계적 현상이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만 300개 넘게 등장했다. 인플루언서의 장점은 친근함이다. 구독자들은 SNS에서 이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들이 쓰는 제품에 신뢰를 갖게 되고, ‘개인 간 문의·거래→본격적 온라인 판매’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임블리)도 비슷한 경우다. 임씨의 사랑과 결혼, 도전, 성공 등을 담은 일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중계됐다. 임씨의 인스타그램 구독자는 80만명이 넘었고, 온라인 쇼핑몰 창업으로 이어져 연매출 1000억원 신화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인플루언서의 ‘사업가 변신’에는 그늘도 있다. 이들이 일반인으로서의 개인 간 거래, 사업자로서의 판매자·소비자 거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기 때문이다. 임블리 사태도 임씨가 판매한 호박즙에 문제가 생겼지만 반품과 환불 등에 대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그나마 임씨는 사업자 신고를 한 상태라 정부의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온라인 판매에서 거짓·과장 광고, 환불 거부 등이 발생하면 과징금, 영업중지 등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미신고 인플루언서는 법망 밖에 서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개인 계정에서 댓글 또는 쪽지로 상품을 거래한다. 전자상거래법 적용이 어렵다. 현행법으로 일정 기준 이상(최근 6개월 거래 횟수 20회, 규모 1200만원)이면 사업자 신고를 강제하지만 정부가 SNS의 개인 계정에서 일어나는 거래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개인 계정을 일일이 감시하는 건 사생활 침해 논란이 따라붙는다.
마땅한 수단이 없다 보니 ‘SNS 마켓’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두고 정부나 SNS 플랫폼 운영 업체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29일 “인플루언서가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으면 전자상거래법 적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가능성 때문에 정부와 운영 업체가 SNS 계정을 일일이 감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들을 양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