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들이 엉뚱하게 뻗어나간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최정나(45)의 첫 소설집. 말맛이 있는 대화가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이야기 8편이 수록돼 있다. 대화는 나른하게 이어지다가 돌연 긴장감을 일으키며 파열음을 낸다. 대화는 가족이나 친구 간에 이뤄지기도 하고 낯선 이들 간에 오가기도 한다.
‘한밤의 손님들’은 가족들의 대화다. ‘나’는 마음속으로 늘 꽥꽥대는 엄마를 오리로, 늘 꿀꿀대는 동생을 돼지라고 부른다. “그나저나 너는 왜 자식을 낳지 않는 거니? 아이를 낳아야 부부 관계가 좋아지는 법이야”라고 엄마가 말하고 나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되기 싫어서 그래요”라고 대거리한다. 동생은 “지 같은 새끼 낳기 싫어서 자식을 안 낳는대요”라고 밉살스럽게 엄마를 거든다.
엄마는 병원비를 계좌로 입금하라고 나를 닦달하고, 동생은 엄마 말에 추임새를 넣으며 내 잘못을 들춰낸다. 남편이 나타나자 엄마는 병원비를 달라고 하고 동생은 음식을 주문해달라고 조른다. 가족 이데올로기의 속물성이 신랄하게 드러나는 이야기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친밀성 내부의 괴물성을 실감나게 드러낸다”고 평했다.
표제작 ‘말 좀 끊지 말아줄래?’는 장례식장을 찾은 ‘이씨’와 ‘우씨’의 대화다. 고인과 친구 ‘조씨’가 정확히 무슨 사이인지도 모른 채 “네가 고생이 많구나”라고 의례적인 인사를 한다. 어색한 침묵 후 옆 테이블 남자의 말을 시작으로 ‘아무 말 대잔치’가 이어진다. 허황된 사업 구상이 화제로 오른다. 장례식장의 왁자지껄한 풍경 묘사로 시작된 이 소설은 처음과 동일하게 마무리된다.
또 다른 등장인물은 희귀병에 걸린 친구와 여행을 간다. 주인공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우정이 아니라 질투를 느낀다(‘사적 하루’). 골프를 치기 위해 필드에 모인 이들은 공을 치기보다 서로 자기 말을 하느라 바쁘다(‘잘 지내고 있을 거야’). 우리는 친밀감을 표현하거나 뭔가 더 알기 위해 대화를 나누지만 이 소설의 인물들의 대화는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이런 기묘한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들이 나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