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점대 방어율을 달성하고 싶다. 그렇다면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20세 이하(U-20) 남자 축구대표팀 수문장 이광연(20·강원)은 폴란드로 떠나기 전 대한축구협회에 팀 우승과 함께 이 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우승후보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실점으로 비교적 선방한 데 이어 남아공전에선 폭우 속에서도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켜 첫 승의 버팀목이 됐다. 2경기에서 7골을 기록한 아르헨티나와의 최종전에서도 선방을 펼칠 경우 대표팀의 16강 진출 경우의 수도 그만큼 늘어난다.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폴란드 티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U-20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했다. 1승 1패로 승점 3점을 기록한 대표팀은 골득실(0)에서 포르투갈(-1)에 앞서며 조 2위에 올라 16강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날 승리는 후반 24분 김현우(20·디나모 자그레브)의 헤딩 결승골 덕을 크게 봤지만 이광연의 선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특히 전반 중반 이후 폭우가 쏟아져 경기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광연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는 먼저 전반 15분 남아공 코너킥 상황에서 시페시흘 음키즈가 방향을 틀어 골문으로 원바운드 시킨 헤딩 슈팅을 막으며 위기를 넘겼다. 6분 뒤에는 골문으로 휘어져 들어오던 프리킥을 쳐낸 데 이어 상대의 두 차례 슈팅도 연속으로 막았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 시간에는 상대 코너킥에 이은 모디세의 헤딩 슈팅마저 막아 승점 3점을 지켰다. 남아공은 이날 한국(3개)보다 많은 6개의 유효 슈팅을 때리고도 득점에 실패했다.
이광연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대표팀 골키퍼 3명 중 가장 작은 신장(184㎝)을 갖고 있지만 반응 속도만큼은 그의 등번호처럼 ‘넘버 원’이다. 롤 모델로 삼는 선수도 그와 신장이 같으면서 반응 속도가 좋다는 평을 받는 권순태(35·기시마 앤틀러스)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선 전반 7분 실점했지만 전반 21분 하파엘 레앙이 이광연의 다리 사이를 노린 슈팅을 막는 등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이광연은 남아공전 승리 후 “앞에 있는 선수들이 잘 막아줘서 운 좋게 걸렸다”고 수비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남은 문제는 이 대회 최다 우승(6회) 기록을 가진 아르헨티나와의 최종전에서 얼마나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다. 아르헨티나는 남아공과의 첫 경기에서 5대 2로 이긴 것을 비롯해 프랑스와 우승 후보 ‘2강’으로 꼽혔던 포르투갈도 2대 0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아돌포 가이치와 에세키엘 바르코가 각각 2골씩 터뜨려 대표팀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힌다.
대표팀은 16강 진출을 확정한 아르헨티나와의 최종전에서 패하지 않으면 사실상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버거운 상대인 건 분명하지만 U-20 대표팀 간 전적에선 한국이 4승 3무 1패로 오히려 앞선다. 패할 경우에도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번 대회는 각조 3위 6개팀 중 4개팀이 16강에 올라간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점을 최소화해 골득실에서 앞설수록 진출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광연 골키퍼의 ‘선방쇼’가 또 한 번 필요한 이유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