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고등교육법(일명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2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강사법이 제정된 2011년 4년제 사립대 152곳의 시간강사 수는 6만226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3만7829명으로 줄었다. 7년 동안 2만2397명(37.2%)이 줄어든 것이다. 시간강사단체 등은 올해 들어서도 1만4000명, 많게는 2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강사법은 시간강사 임용 기간을 1년 이상, 재임용 절차는 3년까지 보장하며 방학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때 대학 강의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면서도 ‘보따리 장수’라고 자조할 정도로 열악했던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이 법은 오는 8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법이 오히려 그들의 목줄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처우를 개선하려면 비용이 늘어나는데 대학과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눈치만 보고 있어 이런 사태가 온 거 아닌가. 해고는 시간강사들의 생존권과도 직결되지만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들은 전임교원(교수)의 강의 분담률을 높이고 비정규직인 기타교원, 초빙교원을 늘렸지만 시간강사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강좌는 폐지되고 강의가 대형화되면서 강좌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학생들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선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강사료 비중이 전체 수입의 1~3%에 불과한데 해고로 대응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소요 재원이 연간 700억∼30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도 정부가 확보한 예산은 고작 288억원이다. 이래놓고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대학 처분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 강좌 수나 시간강사를 줄인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지원 삭감을 더 확대하고 입학정원을 줄이는 등 페널티를 강화해 무분별한 해고를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만큼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 10년 간 계속된 등록금 동결 정책도 재점검할 때가 됐다.
[사설] 시간강사 대량 해고, 보고만 있을 텐가
입력 2019-05-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