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핵연료 처리라는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시한을 정하지 않고 최대한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하지만 올해 말에 사용후핵연료 포화가 예고된 월성 1~4호기 상황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영구저장’의 전 단계인 ‘중간저장’ 시설을 만드는 데에도 수년이 걸린다는 점은 우려를 더한다. 정부의 늑장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서울 위워크 2호점에서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인문사회,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분야 전문가 15인을 위원으로 최종 선정했다. 중립성 보장을 위해 원자력학계나 시민사회단체, 특정지역 대표는 배제했다. 위원들은 원자력발전소 안에 쌓여 가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한다.
당초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시설을 만들겠다고 2016년 7월 발표했다. 임시로나마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였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42만5596다발의 다 쓴 핵연료봉이 있는 데다 33만550다발이 더 나올 것이라는 위기감에 내놓은 조치다. 이 계획은 이해관계 대립으로 흐지부지됐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논의 장을 마련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2016년에 추정한 사용후핵연료 포화시기는 중수로형인 월성 1~4호기의 경우 올해부터다.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중수로형 특성 때문에 포화 속도가 빠르다. 경수로형인 다른 원전도 조만간 포화된다. 고리·한빛 원전은 2024년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를 정한 뒤 중간저장 시설을 만드는 데만 7년이 걸린다. 당장 착공한다 해도 시일을 맞추기 힘들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나라와 비교된다. 31개 원전 운영국 가운데 중간저장 시설이 없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뿐이다. 세계 최초로 영구저장 시설을 확보한 핀란드와의 사용후핵연료 대응 격차는 하늘과 땅 수준으로 벌어졌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출범식에서 “중간저장 시설을 만들어 핵연료를 옮기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