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볼턴에 다 맡겼으면 4개 전쟁”, 눈 밖에 난 슈퍼 매파

입력 2019-05-29 18: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전후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위세가 크게 꺾였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이란 정권 교체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측근 참모인 볼턴 보좌관이 평소 펼쳐온 지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백악관 안팎에서는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고위 인사들처럼 굴욕적으로 경질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석에서 볼턴 보좌관의 호전적 성향을 비꼬며 “만약 존(볼턴 보좌관)에게 일을 맡겼다면 미국은 4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의 갈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면서도 볼턴 보좌관을 두고 “내가 원치 않는 길을 가도록 떠밀고 있다”며 불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의 호전적 성향을 탐탁잖게 여긴다는 보도는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개의치 않는다” “이란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 등 발언을 내놓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인식 차가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볼턴 보좌관이 나루히토 일왕 주최 국빈 만찬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관계는 상당 부분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볼턴 보좌관은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 개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별다른 유대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볼턴 보좌관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백악관 내 역학관계를 결정하는 현 행정부 분위기로 미뤄보면 상당히 이질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는 볼턴을 둘러싼 상황이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경질되기 직전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북한과 이란 정책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던 끝에 ‘트윗 경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다만 이 인사는 볼턴이 실제로 백악관에서 쫓겨나기까지는 6개월 이상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전에 볼턴을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과 카지노 거물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 간 친분관계 때문에 경질을 망설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볼턴을 섣불리 내치면 그간 공화당에 거액을 기부해온 아델슨 회장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