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포화에… ‘예수의 언어’ 아람어 사라질 위기

입력 2019-05-29 19:03
8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의 여파로 ‘예수 그리스도의 언어’로 유명한 아람어(Aramaic)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AFP통신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다마스쿠스 외곽 말룰라에서 주로 쓰이는 아람어가 절멸 위기에 직면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람어 전문가인 조르주 자루르는 “내전이 지속된다면 아람어는 5~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말룰라 주민 대다수도 아람어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아람어는 예수 그리스도가 생전 히브리어와 함께 사용한 언어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외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회당장 야이로의 죽은 딸을 살릴 때 말한 “달리다 굼(소녀여, 일어나라)”이라는 표현은 모두 아람어다. 예수는 유대인이지만 히브리어보다 아람어를 더 많이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인 셈어(Semitic language) 계통인 아람어는 기원전 10세기쯤 출현해 중동 전역에서 널리 사용됐었다. 기원전 500~6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아람어가 공용어로 통용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에는 기독교도의 최초 정착지 중 하나인 말룰라 지역에 한해서 사용된다. 지금은 말룰라 주민 중 20% 정도가 아람어를 구사하고 있다. 말룰라 촌장인 엘리아스 탈랍(80)은 “우리는 2000년 넘게 예수의 언어를 마음속에 간직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면서 아람어의 존립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시리아 반군은 2013년 12월 말룰라를 장악하고 교회와 수도원을 차례로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말룰라 주민들은 정부군이 관할하고 있는 다마스쿠스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7개월 뒤 정부군은 말룰라를 탈환했지만, 내전은 지속되고 있에 아직 주민의 3분의 2가 돌아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아람어를 계승할 수 있는 후세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루르는 “내전 이후 타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아랍어를 먼저 배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피란생활을 마치고 돌아온다고 해도 젊은 세대가 아람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말룰라 내 유치원에서 아람어를 가르치는 60대 교사는 “아람어는 대대로 전수된 고향의 언어”라며 “(아람어를 가르칠 수 있는) 후임자가 없는 탓에 은퇴를 할 수 없다”고 AFP에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