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열린 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경기 실적을 이유로 선수들에게 폭언·욕설을 하는 등 아동인권침해 행위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이 대회를 찾아 스포츠인권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를 잘 못했다는 이유로 코치나 감독이 초·중학생 선수에게 가하는 고함, 욕설, 인격 모욕 등의 행위가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29일 밝혔다. 이 대회는 대한체육회가 주최해 전국 체육관 15곳에서 열렸다. 청소년 1만2000여명이 축구, 야구 등 12개 종목에서 경기를 치렀다.
코치, 감독은 일반 관중이나 학부모, 다른 선수들이 지켜보고 있는 경기 도중 “이 새끼, 똑바로 안 뛰어”, “시합하기 싫어? 기권해 인마” 등 모욕적인 언사로 선수들을 질책했다. 한 코치는 경기에서 진 선수에게 “그걸 경기라고 했냐”며 윽박질렀다.
여성 선수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있었다. 일부 남성 심판이나 코치가 여학생들의 어깨를 껴안고 이동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목격됐다. 인권위의 ‘스포츠 분야 성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스포츠 과정에서의 신체 접촉은 훈련·교육·격려 행위와 혼동될 수 있고 이를 빙자한 성폭력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최소화해야 한다.
숙박 시설과 경기장 탈의시설도 열악했다. 숙박업소는 대부분 청소년이 머물기 부적절했다. 욕실 문도 없이 욕조가 그대로 노출돼 있는 ‘러브호텔’에서 묵는 경우도 있었다. 남성코치가 여성선수 10명을 인솔했으나 여성 보호자는 한 명도 동반하지 않았다. 현장조사단이 방문한 체육관 15곳 중 탈의시설이 있는 곳은 단 5곳이었다.
인권위는 훈련 중 여성 선수가 포함돼 있을 경우 성폭력 예방·대처를 위해 반드시 여성 보호자가 동반하도록 하고, ‘아동 적합 숙소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폭언을 하는 행위가 ‘코칭(가르치기)’이나 ‘독려’가 아니라 엄연한 아동학대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