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컷] 그림자 세계의 비밀, 보이나요?

입력 2019-06-01 04:03

저 사진, 얼핏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오리 인형이 만든 그림자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이 실린 페이지 왼쪽에는 이런 글귀가 등장한다.

“여러 해 동안 우리 가족이 가지고 있었던 장난감 오리를 사용할 수 있어서 기뻤다. 처음에는 어부를 그렸었지만 아들이 도둑이 낫겠다고 하여 바꿨다. 애답지 않게 똑똑한 말을 했다.”

벨기에 예술가인 저자는 ‘그림자 예술가’다. 어느 날 종이에 드리워진 찻잔 그림자 위에 몇 개의 선을 그려 넣어 코끼리를 그린 게 ‘그림자 아트’의 시작이었다. 귀여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작품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현재 그의 작품이 올라가는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6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작업 방식은 특이하면서도 간단하다. 저자는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숨기고 있을 듯한 물건을 발견하면 빛을 비춘다. 그러면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어둠의 왕국에서 걸어 나와 모습을” 드러낸다. 책에는 낙서처럼 보이지만 묘한 감흥을 자아내는 기발한 작품 140장이 실려 있다. 저자는 “그림자 세계의 비밀을 보며 미소 짓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며 “영감이 필요한 당신에게는 이런 장난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