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 유출 파문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통화 내용 공개 이후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이 야당 죽이기에 골몰하고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강 의원의 발언을 범죄로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사익을 위해 국가 기밀을 악용하고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 조직을 동원한 국정 농단 사태”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강 의원은 외교부가 형사고발 방침을 밝히자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을 국회의 피감기관이 겁박하는 형국”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한국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통화까지 정쟁 소재로 삼고, 국민의 알 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국가기밀을 유출한 범죄행위다. 쌍방 간에 공개하기로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들의 통화 내용을 세간에 구체적으로 유출하는 국가를 상대로 심도 있는 협상을 하려는 나라가 있겠는가. 전 세계 외교무대에서 고립을 자초할 수 있는 국익 훼손 사태라는 점에서 강 의원의 기밀 유출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취임한 이후 벌어진 외교적·의전적·행정적 실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인사말을 잘못 하고, 외교차관 회담장에 구겨진 태극기가 버젓이 걸렸다.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발틱 국가들을 발칸 국가들로 틀리게 표기했다. 갑질 논란으로 징계를 앞둔 재외 공관장들을 포함해 외교관 개인의 일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강 의원 사건과 관련해 외교관 등 3명만 중징계하고 강 장관과 조윤제 주미대사는 징계하지 않을 모양이다. 문 대통령까지 사과한 마당에 강 장관과 조 대사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설] 강경화는 책임 없나
입력 2019-05-3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