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왔다는 걸 알았을 때
돌아가고 싶었다
숲은 푸르렀고
푸르름이 더하여 검붉었다
한껏 검붉었다가 어두워지면
탈이 많은 짐승이 먼 산기슭에서 잠들었다
잠잠해야지
그래야지
어쩌면 그런 날이 안 올지 몰라
숲의 술렁거림을 굽어보면
후회는
어디 아픈 듯
뒤늦게 따라왔다
조금 따라오다가
어느 산모퉁이로 접어들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날마다 눈뜨고 감는 일처럼
집으로 갈 수 없는 후회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박미란의 시집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문학과지성사) 중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난 시인은 1995년 등단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그는 긴 공백기 이후 2014년 첫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를 냈다. 두 번째 시집에서 시인의 시적 화자들은 선택을 통해 삶을 바꾸기보다는 그 자리에 머물며 삶을 지탱한다.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불안과 망설임 그리고 후회는 얼음덩어리처럼 뭉쳐져 있다. 쌓인 후회는 어느 날 이렇게 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