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검 조사단 “윤중천-검찰 인맥 유착 정황도 수사해야”

입력 2019-05-28 18:56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이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에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그의 ‘검찰 인맥’ 간 유착 정황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 의견을 받아들여 대검에 관련 수사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뿐 아니라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윤씨와 유착 의혹이 있는 검찰 출신 인사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국민일보 5월 23일자 12면 참조)이 제기돼 왔다.

2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사단은 검찰 출신 인사 5~6명에 대해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을 조사 보고서에 담아 전날 과거사위에 제출했다. 한 전 총장을 포함해 윤갑근 전 고검장, 변모 전 검사장, 박모 전 차장검사 등이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윤씨가 이들에게 많게는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는 등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들이 윤씨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해 편의를 봐줬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게 조사단 입장이다.

가장 ‘거물급’은 한 전 총장이다. 윤씨는 조사단 조사에서 그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 접대도 수차례 이뤄졌다고 한다.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는 2005년 한 전 총장이 인천지검 1차장검사일 때의 명함이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단은 윤씨가 연루된 ‘한방천하 사건’이 처리된 과정에 주목했다. 윤씨는 서울 용두동 ‘한방천하’ 상가 개발비 횡령 사건에 휘말려 있던 2011년, 서울중앙지검장이던 한 전 총장에게 진정서를 보냈다. 진정서에는 “수사관 수사가 편파적이니 검사에게 수사를 받게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윤씨 요구대로 검사가 수사를 하는 식으로 처리됐다. 윤씨는 2012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이 내는 진정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윤씨의 진정은 즉각적이고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 전 총장은 금품수수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는 등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사단은 윤씨와 윤 전 고검장의 관계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전 고검장은 2005년 이후 한 전 총장을 통해 윤씨를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3명이 함께 골프를 치는 등 친분을 쌓았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그 이후 윤 전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있던 2013년 말 윤씨 관련 사건에 편의를 봐준 정황이 있다고 본다. 윤씨와 내연녀 권모씨의 ‘쌍방 고소’ 사건이 윤씨가 원하는 대로 결론났기 때문이다. 다만 윤 전 고검장도 “윤씨와 일면식이 없다. 윤씨 관련 사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박모 전 차장검사는 윤씨와 유착 관계가 가장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윤씨와 적어도 2002년부터 친분을 쌓았다. 윤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 대한 2013년 경찰 압수수색에서 그가 서울지검 부부장검사로 있던 2002년 명함이 나왔다. 박 전 차장검사는 윤씨 부인 김모씨가 2012년 10월 권씨를 간통으로 고소한 것이 무고라는 사실을 알고도 김씨의 법률 대리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변호사로 개업한 뒤 윤씨가 의뢰인을 소개하자 그 대가로 윤씨 딸 계좌로 수백만원을 송금했다는 의혹도 있다. 조사단은 관련 정황이 무고 및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조사단은 간통 무고를 검찰이 최종적으로 기소한 과정도 문제 삼고 있다. 검찰은 2013년 2월 권씨가 윤씨와 70차례 간통했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했는데, 그 과정에서 권씨 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간통 일시와 장소도 상세히 확인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윤씨가 검찰 인맥 등을 활용해 기소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간통 사건을 처리한 곳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였고 형사부를 총괄하는 1차장 검사였던 변 전 검사장은 원주 별장에 드나든 적이 있다.

조사단은 윤씨의 별장에 다수의 경찰과 군 관계자가 방문한 사실도 확인했지만 이에 대해선 수사를 촉구하지는 않았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과거사위는 검찰 과오를 지적하는 기관”이라며 “경찰이나 군 출신 인사들의 유착 관계 수사를 진행할지는 수사단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